‘젬마 보버리’(Gemma Bovery) ★★★(5개 만점)
고전을 현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로맨틱코미디
영국 출신 젬마 아터튼의 미모 눈부셔

제니퍼 존스와 이자벨 위페르 등이 나온 영화로도 만들어진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의 경량급 로맨틱 코미디(끝은 코미디는 아니지만 코믹한 비극적 사건으로 종결된다)로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의 풍경과 주인공 역의 아름다운 영국산 육체파 젬마 아터튼이 눈부시다.

크게 나무랄 데는 없는 미풍 같고 시치미 뚝 떼는 코미디인데 주인공 젬마보다는 오히려 옆집에서 젬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그녀를 탐내는 빵집 주인 역의 명 코미디언 화브리스 뤼시니가 주인공인 셈이다.

파리에서 출판업을 하다가 걷어치우고 가업인 빵집을 경영하려고 노르망디의 한 작은 마을 고향집으로 아내(이자벨 캉드리에)와 좀 덜 떨어진 10대 아들(케이시 모텟 클라인)과 함께 내려온 마르탱(뤼시니)의 옆집에 눈부시게 아름답고 육체가 탐스러운 영국인 젬마 보버리(아터튼)가 남편 찰리(제이슨 플레밍)와 함께 이사를 온다. 영화는 마르탱의 해설로 진행된다.

지루하고 따분한 시골생활에 좀이 쑤시는 마르탱은 이 때부터 소설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과 이름이 비슷한 젬마를 감시하면서 탐을 낸다. 뤼시니가 딸 수 없는 열매를 찬탄과 욕망의 눈길로 훔쳐보는 연기를 기차게 잘한다.

역시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인 실내 장식가인 젬마가 이 동네에 거대한 저택이 있는 귀족집의 미남이요 신체 건강하고 젊은 아들 에르베(닐스 슈나이더)를 만나면서 둘은 격정에 휩싸인다. 이를 감시하면서 투덜대는 마르탱. 여기에 과거에 젬마와 관계를 가졌던 플레이보이가 나타나 관계의 재연결을 간청하면서 얘기는 비극이 움츠리고 있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영화는 젬마의 시각이 아니라 마르탱의 시각으로 전개되는데 그래서인지 젬마의 역이 충분히 살아나질 못한다. 아터튼은 육체적으로 감각적이긴 하나 시골생활의 권태와 질식할 것 같은 가정생활의 무료함에 시달리는 여인의 역을 실감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눈요깃거리가 되고 말았다.

영화는 뤼시니가 말아먹다시피 하는데 마지막에 젬마의 집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 이름과 비슷한 여자가 이사를 오면서 마르탱의 고전소설과 옆집 여인에 대한 호기심에 다시 불을 댕긴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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