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ㆍ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ㆍ이하 매드맥스)가 11일 만에 누적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초기 함께 개봉한 한국영화 ‘악의 연대기’에 밀려 2위로 스타트했던 이 작품은 다음 주 1위로 오르더니 신작 ‘간신’마저 간단히 제압했다.

▲ 30년 만에 리부트된 명작 시리즈

‘매드맥스’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를 배경으로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과 살아남기 위해 홀로 사막을 떠돌다 사로잡힌 맥스(톰 하디) 그리고 폭정에 반발해 신세계를 찾아 나선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벌이는 필사의 도주를 담았다. 여기에 인류의 미래가 달린 여인들과 한때 임모탄의 충신이었던 눅스(니콜라스 홀트)마저 가세하며 메마른 사막을 질주한다. ‘매드맥스’는 1979년 첫 작품이 나왔으며 이후 1985년 3편을 끝으로 명맥이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메가폰을 잡았던 조지 밀러 감독이 직접 30년 만에 시리즈 리부트를 선언하며 새 생명을 맞았다. 특히 4편은 전작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하며 조지 밀러 감독의 마스터피스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 CG 없이 달리는 아날로그 액션

‘매드맥스’의 최고 자랑은 컴퓨터 그래픽 없이 스턴트로만 완성된 아날로그 액션이다. 황폐해진 사막을 배경으로 제어할 수 없는 듯 광란의 추격전을 벌이는 주인공들은 2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 내내 거칠 것 없는 액션을 펼치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턴트에 쓰인 와이어를 지우는 것과 퓨리오사의 의수 그리고 극 중 등장한 거대한 모래폭풍 외에는 CG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실제 제작된 150여 대의 차량에 직접 카메라를 붙여 실사 촬영한 제작진과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의 열연이 빛났다. 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강력한 신스틸러가 있는데 바로 자동차 군단의 굉음을 뚫고 하드코어 로큰롤을 연주하는 빨간 옷의 기타리스트다. 그는 호주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iOTA로 영화 속 전쟁 테마곡을 작곡하고 녹음했으며 연주까지 했다. 8기통 엔진이 굉음을 내는 전투 속에서도 빛나는 BGM는 그를 통해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 女영화 가뭄? 비웃는 ‘매드맥스’

한국영화는 수년간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작품 씨가 말랐다. 할리우드에서 온 ‘매드맥스’는 이러한 충무로의 현실을 비웃듯 퓨리오사와 임모탄의 여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을 압도했다. 특히 사령관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사막 한복판에 뛰어들 여전사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삭발을 결심했고 이마에 자동차 기름을 칠해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임모탄의 다섯 아내로 분한 이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헤어스타일을 통해 각각의 개성을 강조했다. 발레 무용수들이 두른 크레이프 붕대에서 의상의 영감을 얻었으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밖에 훈남 배우로 유명한 니콜라스 홀트는 임모탄의 충신에서 맥스 일행에게 협조하는 워보이로 등장하는데 삭발한 머리와 상처투성이 얼굴은 그를 알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내뱉는 대사 “끝내주는 날이야!”(What a lovely day!)는 ‘매드맥스’의 광기를 상징하는 말이자 최고의 명대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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