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칸의 바닷바람은 좋네요.”

[칸(프랑스)=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단편 영화 ‘순환선’으로 2012년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날플뤼스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이번에는 장편 ‘마돈나’로 다시 이 땅을 밟았다. “칸 바닷바람을 맞으니 다시 이곳에 온 것이 실감되더라”는 그는 유럽 관객에게 신작을 먼저 공개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렸다.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신수원 감독 인터뷰가 지난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진행됐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한창인지라 거리는 들썩였고 신 감독 역시 들뜬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나하고는 관계가 먼 곳인 줄 알았는데 다시 오니 좋다”는 그는 ‘순환선’으로 이곳을 왔었을 당시 배낭 하나 메고 칸의 골목 이곳저것을 돌아다녔던 3년 전을 기억해 냈다. 거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는 훌쩍 성장해 있었다.

신작 ‘마돈나’는 어느 날 병원에 실려 온 뚱뚱한 여자와 아버지의 유산을 얻어내려 불법 장기이식을 시도하는 남자, 그리고 위험한 선택을 앞둔 병원 간호조무사와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서영희, 김영민, 변요한이 출연했으며 타이틀롤에 신인 권소현이 파격 캐스팅됐다.

“부담이 컸던 작품입니다. 장편이긴 하지만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았고 일반적인 상업영화와는 결이 다르기에 어떻게 관객에게 알릴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칸에 왔네요. 출품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초청됐다는 사실은 믿어지지 않았어요. 한 차례 오긴 했었지만 제가 또 오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사실은 공식 발표하는 날, 아무 기대 않고 자버렸어요.”(웃음)

‘마돈나’의 표현 수위는 다소 높은 편이다. 낙태와 장기매매 등을 소재로 하는지라 관객의 심장을 직접 때리는 듯 과감한 연출을 시도했다. 여기에 여성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사회문제가 끼어들면서 작품의 톤이 다운됐다. 신 감독은 “아무도 구원해주지 않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여자 혼자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야 하기에 누굴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열연했던 서영희가 떠올랐죠. 겉으로 약해 보여도 내면의 강인함이 보였거든요. 주인공의 마음을 대사가 아닌 연기로 보여줄 이가 필요했는데 딱 적역이었어요.”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안 나오듯, 주인공이 피폐해 보였으면 했다”는 신수원 감독은 서영희에게 체중을 감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영희는 양 볼이 쏙 들어갈 정도로 다이어트에 들어갔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트라우마와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해림으로 스크린에 담겼다.

이와 달리 신인 배우 권소현에겐 “살을 더 찌워오라”고 주문했다. 살찐 체형 탓에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 신 감독은 “살집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했는데 정말 어려웠다. 요즘 젊은 여배우는 모델처럼 마르기만 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살이 쪘어도 예쁘고 매력이 있는데 아무래도 압박감이 있나 봐요. 누구를 캐스팅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권소현을 발견했죠. 뮤지컬이나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친구인데 단편영화에 잠깐 출연한 적 있었거든요. 처음엔 카메라를 낯설어하기에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나중에는 에너지가 나오는 걸 느꼈죠. 다른 배우들과의 시너지도 나오더라고요.”

체중까지 조절했던 서영희와 권소현의 열연 덕일까. ‘마돈나’는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 20일 칸 드뷔시 극장에서 월드프리미어가 열린 가운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또한 주요 외신 역시 신수원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과 배우들의 연기를 연일 칭찬했다.

“칸 영화제 측 관계자 분이 영화를 보신 후 ‘스트롱’했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네요. 다소 무거운 감정이지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깊게 파고들어 가게 되는 듯해요. 예전 시나리오 중엔 가벼운 감성이 담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렵습니다. ‘마돈나’가 얼마나 깊게 들어갔는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의 저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상업영화 찍을 생각 없느냐고요? 뭐 언젠가 할 수도 있겠죠. 하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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