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가 13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했다. 한국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무뢰한’과 ‘마돈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오피스’, 비평가 주간에 ‘차이나타운’이 초청됐다. 3년 연속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여성 영화들이 약진했으며 신진 감독 발굴이라는 성과를 거둬들었다. 이들은 현지 호평 속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걸었다.

▲ 전도연 김고은 고아성… 레드카펫 수놓은 한국의 별

이번 칸 국제영화제 최고의 스타는 역시 전도연이었다. ‘밀양’과 ‘하녀’ 그리고 심사위원 자격을 더해 네 번째 칸을 방문하는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내외신 취재진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또 출연작이자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 ‘무뢰한’에 대한 외신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버라이어티는 “전도연의 호연이 돋보이는 스타일리시 누아르”라 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도연의 연기는 주위 모든 것의 빛을 바래게 한다”고 극찬했다. 트위치 필름은 장르의 메가폰을 잡은 오승욱 감독의 연출력과 시나리오를 칭찬하기도 했다.

김고은, 고아성 등 후배 배우들의 약진도 빛났다. 이들은 ‘제2의 전도연’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레드카펫을 달궜다.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차이나타운’으로 칸을 방문한 김고은은 동양적인 얼굴과 특유의 늘씬한 몸매로 외신 기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고아성은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금빛 시스루 의상에 현지 관계자들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밖에 ‘마돈나’의 서영희를 비롯해 ‘차이나타운’ 고경표, ‘무뢰한’ 김남길, ‘오피스’ 배성우 등도 칸에서 인사했다.

▲ 올해 칸은 여성시대

올해 칸을 방문한 한국영화의 힘은 ‘여성’에서 왔다. ‘무뢰한’의 전도연을 비롯해 ‘차이나타운’의 김고은, ‘오피스’ 고아성, ‘마돈나’ 서영희 등 여배우들의 화려한 모습이 연일 레드카펫을 달궜다. 또 ‘마돈나’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전작 ‘순환선’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칸 방문이다. ‘오피스’를 제작한 영화사 꽃의 최윤진 대표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했으며 배우 못잖은 아름다운 외모로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에서 비주류로 묶여있던 여성 영화인들이 칸에서는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것.

‘마돈나’로 칸을 찾은 배우 서영희는 “요즘 극장에 가면 남자 배우들의 모습뿐이라 씁쓸했었는데 올해 칸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모두 여배우가 중심에 있더라. 그중 하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며 “여배우를 위한 작품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칸에서 여성 중심 영화가 조명 받으니 감동스러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칸을 두 번째 찾은 신수원 감독은 “성 정체성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하지만 대상을 보는 남성과 여성의 시선은 다르기 마련”이라며 “한국은 남성 중심 영화들이 많다.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한쪽에 치우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 K-Film 열기는 99도씨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목표로 경쟁하는 작품들과 이곳을 방문한 스타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인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사고파는 이른바 세계 최대 ‘영화 장터’이기도 하다. 최근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인 만큼 필름 마켓에서의 인기도 높았다. 우리 기업 중에는 CJ E&M, 롯데, 쇼박스, NEW, 화인컷, 미로비전, 엠라인디스트리뷰션, 나이너스, 유나이티드픽처스 등이 부스를 설치해 외국 바이어를 맞았다. 한 세일즈 관계자는 “한류가 중국어권으로 확산돼 중국 바이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K-Film 열기가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곧 폭발할 때가 있을 것”이라 내다보며 올해의 칸 필름 마켓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 화제작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었다. 일제강점기 상하이를 배경으로 독립군과 암살집단 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어권을 사로잡은 전지현, 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이정재, 하정우 등 초호화 캐스트를 내세워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또 영화제 기간 중 전지현의 브랜드 구찌의 초청으로 칸 현지를 깜짝 방문해 화제성이 더했다. CJ E&M의 ‘베테랑’과 롯데의 ‘간신’, NEW의 ‘뷰티인사이드’, 미로비전의 ‘엽기적인 그녀2’ 등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성공적인 해외 세일즈 결과를 얻었다.

▲ 3년 연속 경쟁 좌절? 희망 봤다

한국영화는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마지막으로 3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 하지만 신수원 감독을 비롯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오승욱 감독, 신예 홍원찬, 한준희 감독이 초청되며 새로운 희망을 봤다. 또 선배 전도연, 서영희 등을 비롯해 김고은, 고아성, 권소현 등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새 얼굴 발굴도 했다. 여러모로 성과가 많았다는 진단이다.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비록 경쟁 부문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섹션에 네 작품이나 한국영화가 온 것은 아주 좋은 신호”라며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도전적인 시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잘 그리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 중심 작품들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영화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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