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페레라 감독 신작 '웰컴 투 뉴욕'서 열연
섹스 추문 휩싸인 남편 사랑하는 아내 역
남편의 배신에도 사랑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1960~70년대 할리우드 섹스 심벌로 활약했던 원로배우 재클린 비셋이 최근 영화 '웰컴 투 뉴욕' 개봉을 앞두고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편집위원과 인터뷰를 가진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아벨 페라라 감독의 ‘웰컴 투 뉴욕’의 주인공인 영국출신 원로배우 재클린 비셋(70)과의 인터뷰가 최근 미국 웨스트할리우드에 있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사무실에서 있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2011년 뉴욕의 호텔 하녀를 성추행한 뒤 국제통화기금 총재직을 사임한 프랑스인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캉(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아내로 나온다.

1960~70년대 폴 뉴만과 스티브 맥퀸(‘불릿’)과 같은 슈퍼스타들과 공연하며 지적인 섹시스타로 명성을 날렸던 비셋은 얼굴과 손과 목에 주름이 지긴 했지만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비셋은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인천’(1981)에 출연 차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방문했던 한국이 아름다웠다”면서 “한국을 좋아한다”며 반가워했다.

-영화에 나오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스트라우스-캉의 사건이 났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출연 이유는 페라라 감독과 일하고 싶어서였다. 그와 영화에 대해 얘기한 뒤 TV를 통해 스트라우스-캉의 아내 안이 매우 지적이요 광채가 나는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제라르와는 구면이어서 호흡 맞추기도 좋겠다고 느꼈다. 제라르는 야성적이나 부드러운 점도 가진 사람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자기가 믿고 모든 것을 걸었던 남편이 잘못된 사람이지만 안은 진실로 남편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다. 안은 매우 철두철미한 사람이지만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뒀다. 난 그녀에 관해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녀가 늘 미소 짓고 따스한 여자라는 것을 알고 그 역을 진실로 맡고 싶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로 스트라우스-캉을 옹호하는 편이어서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됐지만 영화 처음의 섹스파티 장면을 자르라는 요구를 페라라가 거절해 선정이 거부됐다. 그러나 그 장면은 에로틱한 것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 스트라우스-캉의 성격과 인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영화는 섹스영화가 아니라 깊이가 있고 복잡한 영화다. 따라서 난 영화에 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영화 속 안은 남편이 섹스 중독자인데도 곁을 굳건히 지키는데 이해할 수 있나?

“안은 남편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그가 비록 섹스 중독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사랑이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안을 만났는가.

“그녀가 별로 날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줄 안다. 안은 영화를 보고 혹평을 했다고 들었다. 난 안을 그녀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연기했다.”

-당신의 인생관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난 삶을 사랑한다.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매우 낙담하고 있다. 미래에 대해 믿음을 잃었다. 난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그것들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말까 하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난 세상사에 관심을 버릴 수가 없고 그 같은 관심이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난 인생과 우정 등 모든 것에서 진짜와 꾸미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며 진실을 사랑한다.”

-일 안할 때는 어떻게 소일하는가.

“난 휴가도 거의 안 간다. 가끔 유럽에 가서 친구들과 우정을 새롭게 하는 것이 전부다. 내 친구들은 다 내가 20대 때 만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늘 집을 가꾸느라 분주하다. 같은 집에서 지난 40년간 살고 있다. 그 집은 나의 뿌리나 마찬가지다.”

-당신은 앤젤리나 졸리의 대모인데 졸리의 어머니와 친했는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내게 대모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해 다소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매우 진지한 일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난 앤젤리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도 앤젤리나가 원체 바빠서 그럴 틈이 없다. 더구나 난 수줍음이 많아 누가 내게 마음 문을 열지 않으면 잘 접근을 못한다.”

-폴 뉴먼과 스티브 매퀸에 대해 기억에 남는 일이라도 있는가.

“그들을 썩 잘 알지는 못했다. 폴은 참으로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기찬 농담으로 사람을 웃겼다. 농담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웃곤 했다. 아주 즐거운 소년과도 같은 사람으로 매력적이었다. 반면 매퀸은 무드파로 농담하는 것을 못 봤다.”

-당신은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나 내 어머니는 프랑스인의 피를 지녔다. 내가 프랑스어를 하게 된 것은 나이 28세 때 프랑솨 트뤼포의 ‘데이 포 나잇’에 나오면서다. 16세 때 프랑스어 학교에 2년간 다니긴 했지만 학교의 남학생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용돈을 벌기 위해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바람에 공부는 하지도 못했다. 프랑스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를 결심했다. 그 때 잔느 모로를 발견했고 베리만과 파졸리니와 펠리니 그리고 비스콘티 등도 알게 됐다. 이들의 영화를 못 본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

-요즘 젊은 여배우들을 보면서 과거와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모두들 너무 말라 경악한다. 그리고 요즘 배우들은 자기 취향에 따라 역을 찾아 연기를 한다기보다 스튜디오가 마련해 주는 대로 역을 맡으면서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와 자기를 과시하는데 내가 젊었을 땐 안 그랬다. 그 때 우린 그렇게 상품화하진 않았다. 물론 스튜디오 시스템 때는 배우들이 상품취급을 받았지만 적어도 내기 일할 때는 안 그랬다. 요즘 여배우들은 너무 상품화했다. 연기를 하려면 보다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요즘 여배우들은 삶의 고통을 모르는 것 같다.”

-당신은 ‘그릭 타이쿤’에서 오나시스(앤소니 퀸)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로 나왔는데 재키를 만난 적이 있는가.

“뉴욕의 ‘러시안 티룸’에서 캔디스 버겐과 점심을 먹을 때였다. 그 때 재키가 들어왔는데 우리 곁은 지나면서 ‘헬로’하고 냉정하게 한 마디 하고 지나갔다. 난 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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