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칸으로 향하는 전지현과 칸 영화제서 포즈를 취하는 김윤진
[칸(프랑스)=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한류 스타’ 전지현이 프랑스 칸을 찾았다. 출연작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아니었다. 브랜드 구찌의 아시아 모델로 활동 중인 그는 온몸에 협찬사 의상을 두른 채 ‘칸’이 아닌 ‘구찌’의 공식 초청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그의 칸 방문이 알려지자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국내 영화인과 취재진도 놀랐다. 출연작인 ‘암살’(감독 최동훈ㆍ제작 케이퍼필름)이 배급사인 쇼박스를 통해 칸 필름 마켓에서 세일즈 중이었지만 전지현의 칸 방문은 이들도 모르던 사실. 쇼박스 한 관계자는 “우리 역시 보도를 통해 전지현의 칸 현지 방문 사실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17일(현지시간) 전지현은 구찌가 후원해 온 고전 영화 복원(칸 클래식) 프리미어 시사회와 갈라 디너에 참석했다. 칸 해변에 위치한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4년 만에 레드카펫에 오른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청동빛 구찌 드레스를 입은 그는 내외신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천천히 극장으로 향했다. 전지현의 두 번째 칸 방문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영화 없이 브랜드 모델로서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비교적 최근인 3년 전, ‘월드스타’ 김윤진은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의 초청으로 현지를 찾았다. 레드카펫에 오른 김윤진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그는 미국 드라마 등에 출연하는 등 서구권에도 유명세가 있었기에 카메라 세례가 더 뜨거웠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후의 행보였다. 비록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칸을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사실 출연작인 ‘이웃사람’ 개봉이 코앞에 다가왔고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는데 결국 흥행으로 연결됐다. 칸 레드카펫의 영광도 안고 실속도 챙기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전지현의 경우 행보가 달랐다. 15일 칸으로 출국해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했지만 철저히 모습을 감췄다. 개봉이 점점 다가오는, 그리고 현재 칸 필름 마켓에서 세일즈에 한창인 ‘암살’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는 예상은 빗나갔다. 쇼박스 측이 아쉬워할지 혹은 안도할지 속내는 모르나 어쨌든 전지현은 레드카펫에서 손 흔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김윤진은 3년 전 국내 취재진과 만났을 당시 “6번 배우가 2번 배우가 됐다”며 할리우드 속 자신의 달라진 위상, 그리고 배우로서 칸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욕심을 전했다. “영화배우가 아닌 모델로 칸에 설 줄은 몰랐다. 배우로서 칸은 로망이다. 다시 오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월드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호연을 선보이고 싶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김윤진이 적극적으로 나선 전례가 있기에 지금의 전지현 행보가 아쉽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아시아권을 휘어잡는 스타가 된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이들은 더 그렇다. 또 현재 세일즈 중이자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온 ‘암살’은 그가 배우로서 다시 생명력을 얻게 해준 ‘도둑들’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 아닌가. 궁금하다. 전지현이 프랑스 칸까지 날아왔음에도 암행했던 것은 왜일까. ‘배우’가 아닌 ‘모델’로서 칸 국제영화제에 서야 했던 역할에 충실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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