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장동민의 독한 발언 부메랑으로…"여성 비하발언은 만연"

연예인, 청소년에 막대한 영향…SNS활동도 신중해야

과유불급이다.

연예계에 말이 차고 넘친다. 대부분 주목받고 싶어서 말을 쏟아낸다.

항상 적정 수준 이상으로 말들이 생산되고, 그 말들을 실어나르는 수단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다 보니 자연히 설화가 따른다. 가끔은 말의 진의, 심지어 발언의 진위까지도 논란이 되고는 한다.

문제가 되면 대부분 "실수"였다고 한다. 그러다 간혹 "오해"라고 하기도 하고, "내가 한 말이 아니다"고도 한다.

정치인도 논란이 되는 말을 많이 쏟아낸다. 그러나 연예인의 실언이나 막말이 정치인의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의 파장이 상상 이상이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돼가는 세상에서 그들이 내뱉은 말은 "웃자고 한 말"일지언정 어린 사람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 주목받고 싶어서…결국은 부메랑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르게 상승 중이던 장동민이 여성 비하 발언에 이어 27일에는 삼풍백화점 피해자를 모욕한 발언이 알려져 집중포화를 맞았다.

앞서 김구라도 위안부를 희화화해 방송을 중단했다.

장동민과 김구라는 둘 다 센 발언으로 주목받고 싶어했다. 말이 좋아 '직설적 화법'이지, 달리 말하면 폭력적이고 예의 없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하며 센 캐릭터로 자신들을 이미지 메이킹하고 싶어했다.

발언 당시에는 사실 큰 파장이 없었다. 김구라는 무명이었기에, 장동민도 알려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인기를 얻고 연예계의 주류로 진입하자마자 과거의 발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나 이들의 발목을 세게 잡았다. 둘 다 '금기의 영역'을 건드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구라는 결국 한동안 방송을 중단해야 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사죄했다.

장동민은 "치기 어린 마음에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누군가를 생각하지 못했다. 웃길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던 제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달아 터진 장동민의 막말 행진에 사과 한마디가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는 않다. 대중은 환호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 "웃자고 한말"…막말은 사회적 문제

개그맨 김구라와 장동민이 이른바 '독설'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면, 윤종신과 유희열은 부드럽고 재치있는 이미지로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윤종신은 지난 2007년 8월 MBCFM4U '두시의 데이트 윤종신입니다'를 진행하다 여성을 생선회에 빗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윤종신은 "(여자는) 일단 신선해야 하고 쳐야한다. 남자들은 신선한 여자를 찾는다. 오래되면 질려한다. 버렸더니 삭아서 맛있는 홍어회가 됐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당시 함께 출연한 가수 정지찬은 "신선하지 않아 버리고 그걸 (다른 남자가) 찌개 끓여 먹으면 부러워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청취자의 분노가 들끓자 윤종신은 다음날 "하지 말아야 할 비유를 해버렸다. 제가 경솔했던 것 같다. 웃고 흘러가면서 원래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다 못하고 방송만 들으면 여성분들을 웃음거리로 밖에 만들지 않는 쪽으로 간 것 같다"고 사과했다.

윤종신은 지금도 인기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스타들의 입담대결 프로그램인 MBC TV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와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역시 인기 방송인인 유희열은 이달 초 공연장에서 "내가 공연을 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에 앉아계신 여자 분들은 다리를 벌려 달라.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란 뜻이다"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여성민우회 이윤소 활동가는 "연예인의 막말은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허용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윤소 활동가는 특히 여성 혐오·비하 발언이 반복되는 현실에 대해 "이번 장동민 씨 발언에도 비난하는 여론도 있지만 '여자들이 예민하게 군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들의 막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연예인이 막말하고 문제가 되면 사과하는 식의 전개는 소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만 개선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SNS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영향력 유념해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는 TV나 언론을 거쳐야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했던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대중과 직접 소통을 하는 시대다.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의 발언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고 확대 재생산된다.

네팔 지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애도하며, 선거날이면 투표를 독려하는 연예인들의 SNS 활동은 어떤 정치인의 그것보다도 영향력이 크다.

그 과정에서 '소신 발언' '개념 발언' 등의 찬사를 얻으며 '소셜테이너'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하는데, 반대로 본의 아니게 진의가 잘못 전달되거나 왜곡될 경우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또 가끔은 연예인들이 '본의'로 사고를 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 걸그룹 티아라는 트위터상에 '내홍'을 노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멤버 화영이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콘서트에 다리 부상으로 불참하고, 멤버들이 이를 지적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잇따라 올리면서 '왕따설'이 불거진 것이다.

이후 멤버들은 "이틀간 우리끼리 다툼이 있었다. 우리끼리 다퉜다가 풀리곤 했는데 수면 위로 올린 게 잘못됐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에게 SNS에 좋은 이야기만 쓰고 민감한 이야기는 쓰지 말라고 교육을 하기도 한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8일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큰 시대다. 선한 영향력도 있지만, 비교육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과거 인기 가수가 마약을 흡입하고도 '음악을 위해서 그랬다'고 하자 팬들이 경찰서 앞에서 시위하는 일도 있었다. 연예인들이 하는 말과 판단은 선생님, 부모님보다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며 "나는 연예인들에게 항상 말을 하기 전에 두번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이 어떤 이에게는 판단의 준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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