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어벤져스2’ 통해 할리우드 신데렐라로
어벤져스 멤버와 어깨 나란히… “알고보면 소탈”
미드 ‘마르코 폴로’로 미국 안방도 공략
“헐크에게 돌솥밥 추천했어요”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신데렐라. 지금 수현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다. 드라마 ‘도망자’ ‘7급 공무원’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했던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ㆍ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ㆍ이하 어벤져스2)에 캐스팅되며 단숨에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스칼렛 요한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LA 레드카펫에 섰다.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모든 게 꿈만 같다”는 배우 수현이다.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수현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2005년 한중슈퍼모델선발대회 1위에 빛나는 만큼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청량감있는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지만 의견을 말할 때는 당당하다. 할리우드, 그것도 현재 가장 잘나간다는 마블 스튜디오에서 왜 그를 캐스팅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영화 데뷔작이 할리우드 대작이니 부담이 왜 없었을까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셨기에 더했죠. 또 한국 배우를 대표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어벤져스 멤버들 속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할리우드 스타라 해서 지레 겁먹진 않았어요. 실제로 다들 얼마나 소탈한지 몰라요. 촬영 기간 내내 서로 장난치느라 정신없었거든요. 첫 촬영 날 실수로 대사를 버벅거렸는데 제레미 레너(호크 아이 역)가 얼마나 놀리던지.(웃음) 조크 하나에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졌죠.”

‘어벤져스2’ 촬영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됐다. 캐스팅 사실조차 끝까지 함구할 정도였다.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겠다’고 물으니 “그래도 이렇게 작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촬영 때는 입고 있는 의상이 외부에 노출될까 검은색 망토로 온몸을 감춰야 했다. 대본을 전달 받는 것도 비밀리에 이뤄졌다. 수현은 “마치 진짜 쉴드(어벤져스 멤버들이 속한 비밀 단체)의 일원이 된 듯했다”고 돌이켰다.

“저를 왜 캐스팅했을까 고민했지만 정확한 답을 찾진 못했어요. 제가 연기한 헬렌 조가 실제로 한국인 캐릭터였지만 전형적인 아시아인을 원한 건 아닌 듯했어요. 저를 보는 ‘어벤져스2’ 제작진 역시 전형적인 아시아인은 아니었죠. 글쎄요. 조스 웨던 감독님이 왜 저를 캐스팅 했을까요?”

수현은 오디션을 통해 ‘어벤져스2’에 캐스팅됐다. “사실 오디션 끝난 후 왠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었다”는 그는 욕심을 버리고 연기에만 집중했더니 큰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 덕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 여기저기 오디션을 봤는데 ‘어벤져스2’가 덜컥 걸렸다. 조스 웨던 감독은 수현의 연기에 ‘그레이트’를 연방 외쳤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빨리 해외 활동을 시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어벤져스2’ 프로모션이 끝나면 미국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 출연하게 되거든요. 드라마 ‘도망자’ 때 영어로 또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현실이 됐죠. 해외에서 먼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주위 분들이 용기를 줬어요. ‘너의 스토리는 다를 것이다’라는 다니엘 헤니의 격려도 힘이 됐죠.”

분량은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벤져스2’ 속 수현의 역할은 상당하다. 호크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서 시작해 새로운 영웅인 비젼(폴 베타니)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의 러브라인을 연상케 하는 대사가 등장해 인상적이었는데 수현은 “사실은 토르처럼 덩치 큰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한다”며 웃었다.

“마블이 워낙 비밀스럽게 작품을 만들다 보니 앞으로 어떤 작품에 다시 출연할지, 혹은 역할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어벤져스2’와 앞으로 촬영이 진행될 미드 ‘마르코 폴로’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거라 믿어요. 한국 드라마에서는 ‘차도녀’ 이미지가 굳었었는데 미국 작품에서 여전사나 과학자 캐릭터를 연기하니 신기해요.”

이제 수현은 ‘마르코 폴로’ 촬영을 위해 유럽으로 날아간다. 1년 정도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 전했다.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해 힘든 점은 없다”는 수현은 “생소한 곳에서 다시 촬영이 시작되지만 모든 것이 즐겁다. 불편한 느낌보다는 신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난 상태”라고 말했다.

“확실히 한국 배우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큰 것 같아요. ‘어벤져스2’ 촬영 때도 한국 영화, 그리고 배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설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높아져서 일거에요. 마크 러팔로가 특히 관심이 많았는데 매일 한국어를 하나씩 가르쳐줬죠. 한번은 ‘쫄쫄이’라는 단어를 따라하는데 발음이 재미있었는지 하루 종일 말하더라고요. 김치돌솥밥도 추천해줬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생각해보세요. 헐크가 돌솥밥을 먹는 모습, 재밌지 않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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