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주연도 겸한 전쟁과 가족애에 관한 드라마로 구식 스타일의 영화다. 크로는 마치 ‘닥터 지바고’와도 같은 자신의 야심적인 서사 전쟁액션 드라마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깊이가 모자라는 평범한 오락물이 되고 말았다.

그는 방대한 스케일 속에 감정적이고 내밀하며 또 아주 가깝고 사소하고 작은 것들까지 섞어 넣어 고루 균형을 갖춘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그것들이 썩 잘 배합이 되질 못했다. 내용이 우연이 많고 감정적으로 자연스럽다기보다 억지스럽다. 특히 그와 올가 쿠리렌코(본드 걸)와의 억지춘향 같은 로맨스 장면은 보기에 낯간지럽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지나치게 전쟁액션이 많은 점이다. 이런 대규모의 액션은 영화의 드라마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를 저해하면서 작품의 흐름과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촬영과 실화에 바탕을 둔 흥미 있는 내용 또 크로의 진지한 뜻이 엿보이는 볼 만한 작품이다.

호주의 농부 조슈아 코너(크로우)는 1차 대전이 끝난 뒤 4년이 됐는데도 터키의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했던 세 아들이 귀국하지 않자 아들들이 사망한 것으로 체념한다. 그런데 조슈아의 아내 일라이자(재클린 매켄지)가 슬픔을 못 견뎌 자살하면서 조슈아는 보따리를 싸들고 터키로 아들들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간다.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한 조슈아는 호텔 유객행위를 하는 꼬마 오르한(딜란 지오지아데스)에 이끌려 오르한의 전쟁미망인인 어머니 아이셰(쿠리렌코)와 아이셰와의 결혼을 기다리는 삼촌 오메르(스티브 바스토니)가 경영하는 호텔에 묵는다. 조슈아와 아이셰 간에 어떤 감정이 솟아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리고 조슈아는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인 갈리폴리 전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그는 터키군 소령 하산(일마즈 에르도간)과 그의 하사관 제말(셈 일마즈)의 도움을 받으며 전사자들의 유해발국 작업을 지휘하는 영국군 장교 휴즈(자이 코트니)의 배려로 차남과 삼남의 유골을 찾아낸다. 조슈아는 유골을 물을 찾는 철사를 사용해 찾아낸다.

마음 좋은 하산이 조슈아의 장남 아서(라이언 코)가 터키군의 포로가 됐다는 정보를 조슈아에게 주면서 조슈아는 하산과 제말과 함께 아서를 찾으러 가다가 터키를 침공한 그리스군의 포로가 된다. 전투와 탈출과 도주의 통속적인 액션이 다른 영화에서 빌려온 것처럼 전체 얘기에 잘 어울리질 않는다. 크로는 묵직한 것이 보기 좋으나 에르도간을 제외한 쿠리렌코 등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간신히 합격점이다. 촬영은 아주 좋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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