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중심 영화 개봉 앞두거나 맹촬영 중
40대 중반 김혜수 전도연 엄정화 선두로 나서
임수정 한효주 김고은 심은경 후배 연기자 뒤따라

'무뢰한' 전도연(윗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차이나타운' 김혜수 김고은, '은밀한 유혹' 임수종,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엄지원 박보영.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기자] 충무로에 오랜만에 여배우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배우들의 기세에 치여 좀처럼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던 여배우들이 오랜만에 무르익은 연기력과 단단한 내공을 선보일 ‘여배우 중심’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여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건 티켓 파워가 있는 남자 배우들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 영화의 중심에 서기보다 남배우보다 반 보 뒤에서 따르는 걸 요구한다. 그러나 2015년 여배우들이 반 보 앞에서 앞장서는 기획들이 촬영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충무로에서 영화 한편을 이끌 만한 티켓파워와 내공을 지닌 여배우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숫자가 적은 게 사실. ‘여배우 중심’ 영화 행렬의 선두는 이제 40대 중반이 된 ‘큰언니들’ 김혜수, 전도연, 엄정화가 이끌고 30대 중반배우 임수정 엄지원이 중심을 받치며 20대 한효주 박보영 심은경 김고은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의 피와 땀이 섞인 노력이 대중들에게 소비만 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충무로 내에서의 입지를 변화시켜줄지 많은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선 올해 칸의 초청을 받은 김혜수와 전도연의 건재가 영화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혜수가 후배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플록스픽쳐스)이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았다. 전도연이 김남길 박성웅과 호흡을 맞춘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픽쳐스)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다. 김혜수에게는 첫 칸 영화제 초청이고 전도연은 무려 네 번째 칸 방문이다.

15~16년 가까이 충무로를 이끌어온 김혜수와 전도연의 칸 랑데부는 영화팬들에게 올 칸국제영화제 최대 관람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혜수는 오는 29일 개봉되는 ‘차이나타운’에서 경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직의 보스인 ‘엄마’ 역을 맡아 파격변신을 시도했다. 기존의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두둑한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 붙이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후배 김고은이 이끌지만 김혜수는 묵직한 중량감으로 영화의 중심축을 확실히 잡아주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한다. ‘역시 김혜수다’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전도연은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무뢰한’에서 살인자 남자친구 기다리다 그 남자친구를 잡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나타난 경찰에게 흔들리는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 역할을 맡아 ‘관록의 연기’를 선보인다. 큰 빚과 살인자가 된 애인만 남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인생 막장에 다다른 여인의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후문이다. 오는 5월27일 개봉.

국내 관객들이 유일하게 ‘믿고 보는 여배우’로 선정된 전도연은 올해 ‘무뢰한’ 이외에도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 무협사극 ‘협녀’(감독 박흥식,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공유와 호흡을 맞춘 ‘남과 여’(감독 이윤기, 제작 영화사봄)를 잇달아 개봉시킬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엄정화는 올여름 영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 제작 악몽문화산업전문 유한회사)로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간다. ‘미쓰 와이프’에서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였다가 갑작스런 사고 후, 상상도 못해본 평범한 주부의 삶을 한 달간 대신 살게 되는 연우 역을 맡아 절정에 오른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2년 민규동 감독의 영화 ‘내 아내 모든 것’ 이후 잠잠했던 임수정은 올해 2편의 영화의 선보인다. 오는 6월4일 개봉될 범죄멜로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 제작 영화사비단길)에서는 인생을 뒤바꿀 아찔한 제안을 받고 고민하는 여인 역을 맡았다. 예고편 공개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또한 하반기에 개봉되는 ‘시간약탈자’(감독 곽재용, 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가슴 저린 멜로 연기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엄지원은 후배 박보영과 함께 오는 6월 개봉될 공포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제작 청년필름)을 선보인다. 1938년 경성, 존재조차 비밀이었던 한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엄지원은 교장, 박보영은 전학을 온 소녀 역을 맡아 연기대결을 펼친다. 박보영은 올 하반기 개봉될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감독 정기훈, 제작 반짝반짝 영화사)에서 열정적인 신입기자 역을 맡아 맹촬영 중이다.

한효주는 올 하반기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 제작 용필름)에서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남자친구로 인해 혼란을 겪는 여성 역으로 흥행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을 시험대에 오른다. 또한 조선시대 기생 역을 맡을 ‘해어화’(감독 박흥식, 제작 램프)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60만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로 주가가 폭등한 심은경은 올 하반기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 제작 영화사 수작)로 자신의 티켓 파워를 시험할 전망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여배우 중심 영화들이 오랜만에 많이 선보여지는 건 한국 영화가 그만큼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것과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여배우들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예전엔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장르가 제한적이었지만 열정적인 여배우들이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관객들이 여배우들의 도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많이 봐줘야만 여성 중심 영화들이 늘어날 수 있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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