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백묘 역으로 열연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백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선영이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았다.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진한 스모키 화장에 호피무늬 옷을 입고 있던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김선미·연출 손형석 윤지훈)에서 신율(오연서)의 엄마 같은 존재로,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배우 김선영(39)의 실제 모습은 드라마 속 존재감과는 또 다른 강렬함이 느껴졌다.

"호피 무늬 옷을 좋아해요. 그런데 (허)정민이는 복덕방 아줌마 같다고 놀리더라고요. (웃음) 저는 과감하고 섹시한 걸 좋아해요. 스모키 화장도 좋아하고요. 지금 몸매에서 10kg만 빠지면 더 완벽하게 소화할 텐데, 아기 낳고 찐 살이 잘 안 빠지네요."

김선영의 안방극장 도전기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해 드라마 '호텔킹'을 시작으로 '꽃할배 수사대' '삼총사' 등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더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꽤 큰 비중의 역할을 소화하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한 호평보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자꾸 생각이 나요.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해서 더 그랬죠. 촬영이 끝날 때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해서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요. 배우들과는 정말 다 친해졌어요. 너무 보고 싶고 또 아쉬워요."

20대 중반에 연극판에 뛰어들어 15년 이상의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지만 겸손했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아직은 부족한 것이 더 많다고 더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부족했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이제 1년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큰 역할이 주어졌으니 잘 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죠. 제가 그만큼 배포가 없어요. 사실 배우가 긴장하지 않거나 예민하지 않으면 연기를 잘할 수 없어요. 긴장하지만 그래도 그걸 언제나 풀려고 노력하는, 이율배반적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빨리 시간이 흘러서 카메라가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그의 긴장을 풀어줬던 대상은 극 중 옆에서 남편인 듯 동료인 듯 곁을 지켰던 안길강이었다. 그는 "안길강 오빠는 정말 멋진 분"이라며 "내가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할 때 옆에서 정말 많이 알려주고 '연기 못한 것 같다'고 좌절할 땐 칭찬을 해주며 힘을 북돋워줬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맡은 백묘는 청해상단의 식구 중 한명으로 신율에게는 그야말로 엄마 같은 존재였다. 그는 강명(인길강)과 신율의 신랑감과 미래를 놓고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안겼다. 오로지 '신율 바라기'였던 그는 왕소(장혁)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막말도 서슴없었지만 왕소가 왕자라는 사실을 안 뒤 '급' 공손해지는 등 코믹과 정극을 오가며 연기를 펼쳤다.

"신율에 대한 감정이 제일 중요했어요. 제가 직접 난 딸은 아니지만 진짜 딸 같은 느낌이어야 했거든요. 백묘는 나라도 잃고 가족도 없고 신분도 잃었어요. 모든 걸 잃었지만 신율에 대한 사랑만큼은 간직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신율에 대한 사랑을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촬영 내내 신율에 대한 사랑을 가져가다보니 실제로 오연서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됐다며 다시 한 번 가족드라마에서 만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오)연서는 정이 많고 되게 호탕해요. 예쁘다고 말하면 얼마나 어색해하던지. 연예인 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들더라고요. 인간적이었어요. 진짜 또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가족극에서 고모랑 조카 역할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서로 사랑하는 하지만 만날 지지고 볶고 싸우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중학교 시절 연극 연출을 맡으며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대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고, 25살 때부터 제대로 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연극을 본 연출자들이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제의하며 '빛나거나 미치거나' 출연까지 이어지게 된 것.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구분 짓지는 않고 있어요. 할 수 있으면 다 하는 것이 좋죠. 연기는 똑같으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 카메라 워크만 배운 게 아니라 연기도 배웠거든요.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두말할 필요 없이 연극 역시 계속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 연극에 있어서만큼은 돈도 유명해지는 것도 필요 없다는 그의 말에서 짙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예술은 잘 먹고 잘 나가는 사람보다 아픈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하는 연기를 보고 누군가 쉼을 얻고 잔잔한 행복을 느끼는 거, 그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몇 년 전에 자기 꿈이 나와 연극을 하는 것이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서울예술대학 연출과 학생이었는데, 자기가 연출하는 작품에 나를 캐스팅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함께할 용의가 있어요. 꼭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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