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백묘 역으로 열연
"호피 무늬 옷을 좋아해요. 그런데 (허)정민이는 복덕방 아줌마 같다고 놀리더라고요. (웃음) 저는 과감하고 섹시한 걸 좋아해요. 스모키 화장도 좋아하고요. 지금 몸매에서 10kg만 빠지면 더 완벽하게 소화할 텐데, 아기 낳고 찐 살이 잘 안 빠지네요."
김선영의 안방극장 도전기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해 드라마 '호텔킹'을 시작으로 '꽃할배 수사대' '삼총사' 등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더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꽤 큰 비중의 역할을 소화하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한 호평보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자꾸 생각이 나요.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해서 더 그랬죠. 촬영이 끝날 때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해서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요. 배우들과는 정말 다 친해졌어요. 너무 보고 싶고 또 아쉬워요."
20대 중반에 연극판에 뛰어들어 15년 이상의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지만 겸손했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아직은 부족한 것이 더 많다고 더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부족했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이제 1년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큰 역할이 주어졌으니 잘 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죠. 제가 그만큼 배포가 없어요. 사실 배우가 긴장하지 않거나 예민하지 않으면 연기를 잘할 수 없어요. 긴장하지만 그래도 그걸 언제나 풀려고 노력하는, 이율배반적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빨리 시간이 흘러서 카메라가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그의 긴장을 풀어줬던 대상은 극 중 옆에서 남편인 듯 동료인 듯 곁을 지켰던 안길강이었다. 그는 "안길강 오빠는 정말 멋진 분"이라며 "내가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할 때 옆에서 정말 많이 알려주고 '연기 못한 것 같다'고 좌절할 땐 칭찬을 해주며 힘을 북돋워줬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맡은 백묘는 청해상단의 식구 중 한명으로 신율에게는 그야말로 엄마 같은 존재였다. 그는 강명(인길강)과 신율의 신랑감과 미래를 놓고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안겼다. 오로지 '신율 바라기'였던 그는 왕소(장혁)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막말도 서슴없었지만 왕소가 왕자라는 사실을 안 뒤 '급' 공손해지는 등 코믹과 정극을 오가며 연기를 펼쳤다.
"신율에 대한 감정이 제일 중요했어요. 제가 직접 난 딸은 아니지만 진짜 딸 같은 느낌이어야 했거든요. 백묘는 나라도 잃고 가족도 없고 신분도 잃었어요. 모든 걸 잃었지만 신율에 대한 사랑만큼은 간직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신율에 대한 사랑을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촬영 내내 신율에 대한 사랑을 가져가다보니 실제로 오연서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됐다며 다시 한 번 가족드라마에서 만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오)연서는 정이 많고 되게 호탕해요. 예쁘다고 말하면 얼마나 어색해하던지. 연예인 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들더라고요. 인간적이었어요. 진짜 또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가족극에서 고모랑 조카 역할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서로 사랑하는 하지만 만날 지지고 볶고 싸우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중학교 시절 연극 연출을 맡으며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대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고, 25살 때부터 제대로 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연극을 본 연출자들이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제의하며 '빛나거나 미치거나' 출연까지 이어지게 된 것.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구분 짓지는 않고 있어요. 할 수 있으면 다 하는 것이 좋죠. 연기는 똑같으니까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 카메라 워크만 배운 게 아니라 연기도 배웠거든요.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두말할 필요 없이 연극 역시 계속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 연극에 있어서만큼은 돈도 유명해지는 것도 필요 없다는 그의 말에서 짙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예술은 잘 먹고 잘 나가는 사람보다 아픈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하는 연기를 보고 누군가 쉼을 얻고 잔잔한 행복을 느끼는 거, 그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몇 년 전에 자기 꿈이 나와 연극을 하는 것이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서울예술대학 연출과 학생이었는데, 자기가 연출하는 작품에 나를 캐스팅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함께할 용의가 있어요. 꼭 찾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