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은 배우 이이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그야말로 반전매력이었다. 찢어진 눈매 때문에 다소 차갑게 느껴졌던 배우 이이경(26)의 첫인상은 5분도 되지 않아 쉽게 무너졌다. 그는 유쾌했다. 또 잘 웃었다. 질문에는 진지하게 대답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서 밝고 명랑한 기운이 풍겨졌다.

이이경은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하녀들’(극본 조현경·연출 조현탁)에서 철없는 양반집 도련님 허윤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과거 시험 실패로 집안의 사고뭉치로 전락한 허윤서를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하녀 단지 역으로 나온 전소민과의 신분을 초월한 러브라인은 드라마에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원래 배우들은 첫 작품을 못 잊잖아요. ‘하녀들’은 저에게 첫 작품 같은 느낌이었어요. 의미가 남달랐어요. 좋은 감독님, 선배님 옆에서 많이 배웠죠. (전)소민 누나와의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제 캐릭터 특징상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역시 내공과 경력이 느껴지더라고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다 받아주셨어요. 감사했죠.”

이이경은 ‘하녀들’ 첫 화에서 전소민과 베드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노출 없이 두 사람의 코믹한 대사로 이뤄졌지만 촬영 전 당연히 긴장을 했다고.

“둘의 첫 관계에 대한 장면이니까 잘 찍고 싶었어요. 베드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당연히 긴장도 됐고 부담도 있었죠. 그런데 촬영은 정말 빨리 끝났어요. 훅 지나갔어요. 감독님께서 정확하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찍은 느낌이었죠. 부담이 컸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죠.(웃음)”

한 마디로 성공적이었다. KBS 2TV ‘학교2013’ ‘트로트의 연인’, SBS ‘별에서 온 그대’ 등 많은 대중들이 이이경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악역의 이미지는 하나의 작품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떤 작품을 하던지 아쉬움은 항상 남아요. 채워지지 않는 거죠. 연기 모니터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연기가 안 나오면 ‘난 밥도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으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 항상 불안해요. 그래서 꼭 모니터를 하면서 반성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죠.”

그가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체육학도였던 그는 군대에 갔고 거기서 드라마 ‘아이리스’를 본 뒤 본격적으로 배우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을 하게 됐다.

“사실 드라마 ‘허준’ 이후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군대에서 ‘아이리스’를 봤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죠. 어렸을 때부터 끼는 많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봤는데 진중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군대에서 연기 관련 책도 읽고 심리학책도 읽으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제대 후 스물네 살 때 서울예대에 들어갔고,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죠.”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고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그의 부친이 성공한 경영인으로 손꼽히는 LG 이노텍 이웅범 사장이라고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분이에요. 월급 받는 직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너는 네 인생, 아버지는 아버지 인생’이라는 철학이 확실하세요. 당연히 가족이니까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주지만 정말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워주셨어요. 제가 열여덟 살 때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 생활을 했는데, 경제적 도움이 없었어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죠. 그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전혀 없어요.”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그의 집 가훈은 근면 성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수처작주. 그 때문일까? 데뷔 4년차인 그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는 무려 14개에 달한다. 그는 ‘하녀들’이 종영하기도 전에 케이블채널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극본 유병재·연출 김미경) 촬영에 들어갔다.

“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이렇게 계속 기회가 생기니까 감사하죠. 쉬면 하루 이틀은 좋은데 저에게 휴가는 그렇게 큰 위안이 되지 않더라고요. 친구들이 언제 쉬냐고 물어 봤을 때 ‘무덤가서 쉴 거다’고 했어요.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저는 일하는 것이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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