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은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하녀들’(극본 조현경·연출 조현탁)에서 철없는 양반집 도련님 허윤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과거 시험 실패로 집안의 사고뭉치로 전락한 허윤서를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하녀 단지 역으로 나온 전소민과의 신분을 초월한 러브라인은 드라마에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원래 배우들은 첫 작품을 못 잊잖아요. ‘하녀들’은 저에게 첫 작품 같은 느낌이었어요. 의미가 남달랐어요. 좋은 감독님, 선배님 옆에서 많이 배웠죠. (전)소민 누나와의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제 캐릭터 특징상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역시 내공과 경력이 느껴지더라고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다 받아주셨어요. 감사했죠.”
이이경은 ‘하녀들’ 첫 화에서 전소민과 베드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노출 없이 두 사람의 코믹한 대사로 이뤄졌지만 촬영 전 당연히 긴장을 했다고.
“둘의 첫 관계에 대한 장면이니까 잘 찍고 싶었어요. 베드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당연히 긴장도 됐고 부담도 있었죠. 그런데 촬영은 정말 빨리 끝났어요. 훅 지나갔어요. 감독님께서 정확하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찍은 느낌이었죠. 부담이 컸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죠.(웃음)”
한 마디로 성공적이었다. KBS 2TV ‘학교2013’ ‘트로트의 연인’, SBS ‘별에서 온 그대’ 등 많은 대중들이 이이경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악역의 이미지는 하나의 작품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어떤 작품을 하던지 아쉬움은 항상 남아요. 채워지지 않는 거죠. 연기 모니터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연기가 안 나오면 ‘난 밥도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으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 항상 불안해요. 그래서 꼭 모니터를 하면서 반성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죠.”
그가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체육학도였던 그는 군대에 갔고 거기서 드라마 ‘아이리스’를 본 뒤 본격적으로 배우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을 하게 됐다.
“사실 드라마 ‘허준’ 이후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군대에서 ‘아이리스’를 봤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죠. 어렸을 때부터 끼는 많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봤는데 진중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군대에서 연기 관련 책도 읽고 심리학책도 읽으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제대 후 스물네 살 때 서울예대에 들어갔고,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죠.”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고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그의 부친이 성공한 경영인으로 손꼽히는 LG 이노텍 이웅범 사장이라고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분이에요. 월급 받는 직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너는 네 인생, 아버지는 아버지 인생’이라는 철학이 확실하세요. 당연히 가족이니까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주지만 정말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워주셨어요. 제가 열여덟 살 때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 생활을 했는데, 경제적 도움이 없었어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죠. 그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전혀 없어요.”자수성가한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그의 집 가훈은 근면 성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수처작주. 그 때문일까? 데뷔 4년차인 그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는 무려 14개에 달한다. 그는 ‘하녀들’이 종영하기도 전에 케이블채널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극본 유병재·연출 김미경) 촬영에 들어갔다.
“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이렇게 계속 기회가 생기니까 감사하죠. 쉬면 하루 이틀은 좋은데 저에게 휴가는 그렇게 큰 위안이 되지 않더라고요. 친구들이 언제 쉬냐고 물어 봤을 때 ‘무덤가서 쉴 거다’고 했어요.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저는 일하는 것이 좋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