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콜린스’(Danny Collins) ★★★(5개 만점)

이야기가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알 파치노가 쉰 목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면서 열연을 하는 따뜻하고 감상적인 드라마다. 파치노의 연기는 마치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여인의 향기’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호탕하기 짝이 없다.

오랫동안 절연된 부자지간의 관계 연결을 통한 한 나이 먹은 슈퍼스타 록가수의 뒤늦은 속죄와 자기 구원의 얘기이자 부와 명성의 부질없음을 다룬 내용으로 파치노를 비롯해 베테런 조연진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올드팬들을 위한 영화다.

재미있는 것은 오래 전에 예술적 주체성을 잃고 팬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싸구려 슈퍼스타 가수가 된 주인공 대니 콜린스의 얘기가 파치노의 생애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 동안 일련의 싸구려 영화에 나와 LA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케네스 투란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 얼마 전부터 정신을 차렸는지 짭짤한 소품 드라마에 나와 호연을 하고 있다.

영화는 대니 콜린스(에릭 슈나이더가 파치노를 판에 박은 듯이 닮았다)가 아직 나이 어린 진지한 가수이자 작곡가였던 1971년 음악잡지와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와 명성이 예술가의 진실된 영혼을 손상시킬 것을 우려하는 말을 한다.

그로부터 40년 뒤 대니는 돈과 명성을 지닌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이미 예술적 혼을 상실한지 오래 된다. 술과 약물에 취해 살면서 새파랗게 젊은 여자(카타리나 카스)를 약혼자로 두고 케케묵은 옛날 노래들을 반복해 부르면서 올드 팬들의 비위를 맞추며 산다. 톰 존스와 폴 앵카가 된 것이다.

이때 그의 오랜 매니저이자 친구(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대니에게 40년 전에 존 레논이 대니의 인터뷰를 읽고 그에게 보낸 편지를 전한다. 내용은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라는 것으로 레논은 편지에 자기 전화번호를 적고 대니에게 전화를 걸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이 편지를 대니가 인터뷰한 잡지사 기자가 가로채는 바람에 대니에게 전달이 안 된 것. 이 같은 내용은 영국의 포크가수 스티브 틸슨의 실화를 빌려다 쓴 것이다.

이 편지를 읽은 대니는 갑자기 대오각성하고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뒤 자기가 옛날에 하룻 밤 정사를 나눈 여자 팬이 낳은 아들 톱(바비 카나발리)을 찾아 아들이 사는 뉴저지주의 서민동네 인근의 힐튼호텔에 장기 투숙한다. 이런 얘기는 좀 억지다.

그리고 불쑥 톰과 그의 심지가 굳은 임신한 아내 새만사(제니퍼 가너)와 특수교육이 필요한 이들의 어린 딸 호프(지젤 아이젠버그)가 사는 집을 찾아온다. 아기 때 자기를 버리고 간 대니를 맞아 톰은 노발대발하며 꺼지라고 소리친다. 일단 호텔로 물러간 대니는 상심을 스카치로 달래면서 호텔의 아름다운 매니저(아넷 베닝)에게 수작을 건다.

대니는 그 후에도 끈질기게 아들 집을 찾아와 손녀를 맨해튼의 최고급 특수학교에 입학시키고 선물을 산더미 같이 사주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아들과 화해하려고 애를 쓴다. 이에 톰의 마음도 서서히 녹아든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연결에 불치병이라는 통속적인 플롯을 쓴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라스트신이 좋다.

파치노가 요란한 제스처에 약장수 같이 술술 나오는 대사를 구사하면서 야단스럽고 코믹하면서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다채로운 연기를 하는데 보기 좋다. 플러머와 카나발리와 베닝과 가너 등도 잘한다. ‘이매진’을 비롯한 비틀스의 노래가 여럿 나온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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