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7’ (Fast&Furious 7) ★★★(5개 만점)

정신 나간 막가파식의 ‘광란의 질주’다. 액션 스펙터클이 초고속에 아찔하게 박력이 있긴 하지만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식으로 과장이 심해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시리즈를 자꾸 만들기 위해선 새 것이 전편의 액션을 훨씬 능가해야 하기 때문에 편수가 늘면 늘수록 그 횡포가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긴 하나 모든 물리의 법칙을 깨면서 이치라곤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도록 만들어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건 액션영화라기보다 초현실적 공상과학영화다.

이 시리즈를 중간쯤 찍던 중 주인공 중 하나인 폴 워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그의 모습은 워커의 사용하지 않은 다른 영화의 필름과 두 동생을 대신 찍은 다음 거기에 얼굴을 디지털로 덮어 마치 살아 있는 워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플롯이란 순전히 액션을 사용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고 대사도 아주 유치하다. 스턴트와 특수효과와 막강한 액션과 길길이 날뛰는 에너지는 가상하나 마치 약물에 취한 도깨비들의 장장 137분 짜리 살풀이를 구경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제8편은 꼭 나올 듯하다.

전편에서 담(빈 디즐)의 패거리에게 얻어 터져 런던 병원에 빈사상태로 누워 있는 동생 오웬을 황천으로 보낸 덱카드(제이슨 스테이담)는 담 일당에게 복수의 선전포고를 한다.

이에 담과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로 돌아가 가정생활을 하던 브라이언(폴 워커) 그리고 아직도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담의 애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스) 등 담의 일당은 덱카드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 때 이들 앞에 정체불명의 정부기관 소속 ‘무명씨’(커트 러셀)가 나타나 코카서스에 있는 테러리스트 모세(자이몬 훈수)가 납치한 예쁜 처녀 컴퓨터해커 램지(나탈리 에마누엘)를 구출해오면 덱카드를 처치해주마고 제의한다.

램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휴대전화와 감시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신의 눈’을 개발한 인물. 이것이 나쁜 놈의 손에 들어가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 뻔한 일.

그래서 담 일행은 아제르바이잔으로 갔다가 이어 아부다비로 간다. 여기서 ‘신의 눈’ 칩이 든 아부다비의 거부가 소유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빨간 스포츠카를 담이 마천루 꼭대기로부터 몰고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날아가 옆의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착륙했다가 다시 한번 옆의 건물로 비상한다. 믿든지 말든지 말아서 하라는 식이다.

영화는 이들이 LA로 돌아와 또 한번 뛰고 달리고 치고 박고 하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나서야 끝이 난다. 여하튼 영화 내내 자동차가 하늘에서 땅에 떨어지고 사람이 죽도록 치고 받으면서 싸우지만 어디 하나 누구 하나 상처가 안 난다. 슈퍼카요 슈퍼맨이다.

마지막에 워커를 추모하는 장면을 삽입했는데 전체적으로 액션에 멜로드라마를 섞어 넣으려고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제임스 완 감독. 박흥진 미주한국일보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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