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희] ‘선암여고 탐정단’서 안채율 역으로 열연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은 배우 진지희. (사진=장동규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갈비는 다 내거야!”라며 악다구니를 쓰던 11살 꼬마는 온데간데없었다. 봄의 기운이 듬뿍 묻어나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서울 충무로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아온 배우 진지희(16)는 제법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투도 어른스러웠다. 그러나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빨리 어른이 빨리 되고 싶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릴 때는 영락없는 십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진지희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배우 중 한명이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극본 신광호·연출 여운혁 유정환)에서의 활약은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3년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은 진지희는 무리 없이 극을 이끌어갔다. 개성이 강했던 탐정단 사이에서 진지희는 홀로 진지했다. “초반에는 네가 연기적으로 중심을 잘 가져가야 한다”는 여운혁 PD의 말을 잘 되새겼단다.

“부담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 주인공의 아역이나 비중 있는 조연은 많이 했는데 주연은 처음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맡은 역할이 크게 와 닿지 않았어요. 시간도 촉박했고, 정신도 없었죠. 제 부담감이 상당했더라고요. 다행히 방학 때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감독님이랑 작가님이랑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선암여고 탐정단’은 다섯 명의 여고생이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학원 로맨스 추리물로 낙태, 왕따, 동성애, 부정시험 등 결코 가볍지 않은 10대 문제를 담아냈다. 진지희는 탐정단에 후발대로 참여하는 안채율 역을 맡았다. 모든 것이 성적 위주로 가치를 판단하는 부모 때문에 고독한 인물이었지만 탐정단에 들어가 여러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하게 된다.

“안채율은 탐정단을 만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사춘기나 반항 때문에 고독했던 인물은 아니었어요. 그냥 부모님의 사랑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엄마가 하라는 대로 꾹 참는 아이였죠. 그런데 탐정단에 들어가면서 상대방을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됐어요. 엄마도 이해하게 됐고요.”

실제 진지희는 고독했던 안채율과는 거리가 멀다. 후반부의 발랄하고 잘 웃는 안채율과 더 싱크로율이 높은 편이다. 그는 “굉장히 밝은 편이다. 친해지면 얘기도 많이 하고 먹을 것도 많이 나눠준다”며 “내가 배우니까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기 더 쉽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안 들게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것도 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아직 사춘기는 오직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걱정은 없단다. 그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 했다.

“일반 사람들보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해서 그런지 눈치가 빠른 편이에요.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어느 날 ‘너는 중학생다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래 애들처럼 말을 해야 되는데, 어른들이 싫어하는 말투를 안 쓰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대견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중학교 때 성적은 좋았다. 연기를 하면서 공부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시험 기간 때 촬영이 있으면 촬영 중간에 쉬는 타임에 공부에도 열을 쏟았다. 그 모습을 보는 연기자 선배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부 스트레스가 많아요. 시험은 항상 봤어요. 공부는 못하더라도 시험은 봐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중학교 때 성적은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시험을 보고 싶지 않거든요. (웃음)”

어른이 돼서 그는 연기에 더욱 시간을 쏟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연기자 이전에 학생이니까 공부와 연기 생활을 병행하지만 성인이 되면 연기에 더 집중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경험을 넓혀가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이번에 ‘선암여고 탐정단’의 OST를 부른 것 역시 경험을 넓히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

“부끄러웠어요. 드라마 중간에 제 목소리가 나오니까 뿌듯하기도 했고요. 10화 이후부터는 음악 감독님이 매회 한번씩은 넣어주셨어요. 뭐든지 처음 마음먹는 것이 제일 어려워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경험이 쌓이다보면 많이 느는 것 같아요.”

아역 연기자들이 가장 크게 갖는 고민은 단연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일 것이다. 진지희 역시 그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작품 선택을 잘해야 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왜 갑자기 어른이 됐어?’라고 당황하지 않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어른이 되면요?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