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힙합퍼에 가렸다 최근 대세로 부상
힙합 트렌드 반영, 걸그룹 콘셉트 다변화
물꼬 트인만큼 당분간 열기 지속될 듯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지난해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던 힙합 뮤직이 여성 아티스트로 번지고 있다. 비주류에 머물렀던 걸스힙합이 음원차트를 강타했다.

걸스힙합은 미국 음악계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힙합이 대세라지만 남성 아티스트의 전유물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걸그룹은 청순 혹은 발랄한 이미지로 데뷔해 섹시 콘셉트로 진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예쁘지 않은’ 콘셉트인 걸스힙합을 선택하는 것은 음반기획자로서 쉽지 않다. 아이돌 위주로 재편된 현 음악계에서는 더 그렇다.

과거 90년대 걸그룹 디바(비키 김진 채리나)가 걸스힙합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지만 명맥은 사실상 끊어졌다. 이후 ‘제2의 디바’를 외친 후배 걸그룹이 등장했지만 적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미래, 2NE1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걸스힙합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없었다. 둘 다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확산되진 않았다. 영향력이 가장 큰 소녀시대 역시 2013년 걸스힙합 곡 ‘I GOT A BOY’로 활동했지만 트렌드를 바꾸진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바뀌고 있다. 청순, 섹시 등 단조로웠던 걸그룹 콘셉트가 걸스힙합으로 진화했고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발매된 걸그룹 포미닛(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김현아 권소현)의 신곡 ‘미쳐’는 강렬한 트랩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다. 데뷔 초 내세웠던 ‘센 언니’ 콘셉트를 내세운 이들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아울러 일곱 개의 1위 트로피를 싹쓸이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엉덩이와 가슴을 연속해 튕기는 클럼핑 댄스를 비롯해 파워를 내세운 걸스힙합 댄스가 대중의 눈과 귀를 홀렸다. 포미닛과 1위 경쟁 중인 f(x) 앰버 역시 걸스힙합을 무기로 한다. 타이틀곡 ‘SHAKE THAT BRASS’는 고민들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을 신나게 모두 함께 즐기자는 내용이다. 이 곡을 통해 엠버는 미국 빌보드 월드 앨범차트 2위를 차지하고 해외 유력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등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걸스힙합을 내세운 신인 걸그룹도 속속 등장했다. TS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소나무(수민 민재 디애나 나현 의진 하이디 뉴썬)는 강렬한 힙합곡 ‘데자뷰’로 데뷔해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또 다른 신인 걸그룹 러버소울(라라 최초 킴) 역시 데뷔 싱글이자 힙합곡 ‘라이프’로 활약 중이다. 매드클라운이 피처링을 담당한 가운데 강렬한 안무와 안정적인 랩스타일링이 팬들에 호평 받고 있다.

걸스힙합이 주목받는 것에는 Mnet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 걸스버전인 ‘언프리티랩스타’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첫 방송된 가운데 제시, 치타, AOA 지민, 타이미, 릴샴, 키썹, 육지담, 졸리브이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여성 래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3회를 넘기며 시청률이 1%를 넘어서더니 4회째 맞아서 1.25%까지 치솟았다.(닐슨코리아) 또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음원 ‘시작이 좋아 2015’(지민 슬옹), ‘My Type’(제시 치타 강남)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차트 톱5에 각각 랭크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대중음악계를 흔들었던 힙합 트렌드가 진화해 걸스힙합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과거 이색 장르에 머물렀지만 최근 작곡가들의 역량이 걸스힙합 장르에 집중되고 실력있는 여성 아티스트의 재조명이 뒤따랐다. SM엔터테인먼트와 큐브엔터테인먼트, 그리고 TS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들이 걸스힙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안효진 실장은 스포츠한국에 “보이그룹과 비교해 걸그룹의 경우 장르다변화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걸스힙합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게 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포미닛뿐만 아니라 엠버, 소나무 등 걸스힙합을 내세운 아티스트들이 최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남자 아이돌의 힙합변신이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걸스힙합 차례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말했다. 또한 단순 콘셉트를 걸스힙합으로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실력과 음악성을 갖춘 힙합곡이 등장함으로 인해 팬층도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실력있는 아티스트가 트렌드를 바꾸는 셈이다.

걸스힙합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대중음악계와 방송계가 서로 맞물린 만큼 시너지 효과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프리티랩스타’가 방송되고 있는 Mnet 한동철 국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걸스힙합이 대세다. 지난해에도 이기 아잘레아 등 걸스힙합 아티스트가 그래미 등에서 주목받았다. 분위기가 한국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류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걸스힙합은 그 중 하나다. 또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능한 여성 래퍼들이 상당히 많은 만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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