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과 국가’ (Queen and Country) ★★★1/2(5개 만점)
존 부어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담은 따뜻한 드라마
한국전을 앞둔 영국 청년의 고난과 우정, 사랑 그려

군대와 우정과 사랑의 이 코믹한 기운이 다분한 드라마는 아이들에게는 전쟁마저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얘기를 향수감 짙게 그린 영국 영화다. ‘희망과 영광’(1987)의 속편으로 두 편을 모두 감독한 존 부어맨(82)의 자전적 내용이다.

전편에서 제 2차세계대전 때 나치 폭격기에 의해 런던의 학교가 파괴돼 수업이 중단되자 너무 좋아서 하늘을 향해 “댕크스, 아돌프!”하고 외친 9세난 빌 로한이 이제 커서 18세가 되었다. 1952년. 빌(캘럼 터너)은 친한 친구 퍼시(칼렙 랜드리 존스)와 함께 군에 징집된다. 특전사 훈련을 6주 받은 둘은 다행히 한국전에 파병되지 않고 본대에서 신병 타이핑 교관으로 일한다. 둘의 부대는 한국전 파병 대기소다.

둘의 2년간의 군대생활 얘기여서 조직사회의 터무니없음과 규율에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갈등이 우습고 재미있게 표현된다. 장난이 심하고 천방지축형인 퍼시와 달리 빌은 침착하고 사고형인데 둘은 교본대로 따지는 깐깐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고참상사 브래들리(데이빗 튤리스) 밑에서 시달리지만 젊음의 패기로 견뎌낸다. 브래들리는 사사건건 둘의 행동이 못마땅해 부대 지휘관 크로스 소령(리처드 E. 그랜트)에게 고발하지만 번번이 무시당한다.

고참들과 신참들 간의 갈등이 재미있는데 이를 통해 세대 차를 묘사하면서 향수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부어맨은 어디까지나 청춘의 편을 들고 있다. 빌과 퍼시의 동료가 되는 것이 게으름뱅이로 한국전에 파견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뚱보 사전트 에드먼드(팻 쇼트). 그러나 에드먼드는 둘의 동료라기보다 일종의 노리갯감 구실을 한다.

이어 얘기는 부대 밖으로 나가 빌의 로맨스로 연결된다. 빌과 관계를 맺는 여자는 둘인데 그 중 하나가 간호사로 쾌활하고 따뜻한 소피(에이미-피온 에드워즈). 그런데 소피는 원래 퍼시의 파트너다. 빌이 깊은 사랑에 빠지는 여자가 콘서트에서 만난 연상의 대학생 오필리아(탐신 에거턴). 오필리아는 소피와 달리 차갑고 우울한데 귀족인 그도 이미 약혼자가 있어 빌은 크게 상처를 입는다. 영화의 끝 부분에 가서 빌의 온 가족이 TV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세대의 변화를 알려주는 장면이다.

부어맨은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로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희망과 영광’에서 보여준 달콤 쌉싸름한 극적 강렬성은 모자란다. 나른한 향수에 젖게 되는 아름다운 영화로 터너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특히 옛 세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브래들리 역의 베테랑 데이빗 튤리스의 연기가 돋보인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