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힐러'에서 근성과 똘기로 무장한 기자로 열연

최근 종영한 '힐러'에서 채영신 역으로 열연한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 속 민폐 여주인공은 아니었다. 나약하지도 그저 남주인공에 기대어 있지도 않았다. 사건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섰다. 그 모습은 자신의 모습과 닮아 더욱 끌렸다. 마냥 새침해보였던 배우 박민영(29)이 KBS 2TV 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연출 이정섭)를 통해 망가짐을 불사하는 연기를 펼쳤다. 턱이 2개로 접혀도 만약 행복했다던 박민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12년 드라마 '닥터 진' 이후 2년간의 공백을 가졌던 그는 드라마 '개과천선' 이후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힐러'를 택했다. 연기 갈증이 컸던 그에게 '힐러'는 꽉 막힌 체증을 풀어준 탄산수와도 같은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여배우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라 더 끌렸다.

"영웅물에서 민폐 여주인공이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가 얼마나 있을까요? 거기다 제가 맡은 채영신은 사랑스럽고 개성까지 있는 캐릭터였어요. 작가님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대본을 썼을지 생각하면 감동일 수밖에 없죠."

그는 '힐러'에서 근성과 똘끼로 충만한 인터넷 신문사 기자 채영신 역을 맡았다. 채영신은 자신이 취재하고픈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힐러' 서정후(지창욱)와 평소 동경하던 스타 기자 김문호(유지태)와 얽히고설키면서 과거 부모세대부터 이어진 거대한 사건과 맞닥뜨린다. 그는 사건 해결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존의 나약한 여주인공들과는 노선을 달리했다.

박민영은 '힐러'를 "조미료 없는 몸에 좋은 음식"에 비유했다. 3년 만에 인터뷰를 자청했다던 그는 "시청자들이 다운로드나 IPTV를 통해서라도 드라마를 다시 한 번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도 "즐거운 게 좋은 거"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에게 채영신은 편안한 역할이었다. 그는 "나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할 때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작업이니까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 빼고는 별게 없다"며 "다른 드라마를 찍을 때 대기실에 문 닫고 들어가서 노래하고 춤도 자주 췄다. 보시는 분들은 아무 때나 춤을 추는 영신이를 보고 '힘들었겠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그 부분은 유일하게 안 힘들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정의롭고 꼿꼿하고 경직된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음껏 풀어졌어요. 머리가 헝클어지고 턱이 2개로 접히고 욕하다 발음이 꼬여도 전혀 상관없던 캐릭터였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송지나 작가는 이렇게 열성을 다한 박민영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채영신 역에 박민영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박민영은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라고 정의 내렸다. 이 같은 칭찬에 박민영은 눈물을 글썽였다고 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어요. 배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해요. 제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다 봤어요. 그렇게 좋은 작품을 쓴 작가님이 엄마처럼 자상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작은 습관 하나까지 캐치해서 채영신이라는 캐릭터와 접목시켜줬죠. 최대한 배우가 캐릭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줬어요. 작가님께서 지창욱씨와 저에게 어른들이 만든 판 위에서 놀라고 하셨거든요. 정말 마음껏 놀 수 있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털털한 채영신 역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3년 만에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욕 과외까지 받았다. 기자 역을 위해 시험공부를 하듯이 몇 달 동안 기자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하는 열정도 보였다. 그렇게 기자를 공부하다보니 어려웠던 인터뷰 자리 역시 한층 수월해졌다.

"제가 말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자극적으로 기사가 나간 적이 많아요. 말도 안 되는 이니셜 기사의 피해자로 오르락내리락 한 적도 있고요.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를 하면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달라요. 채영신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일수도 있고, 벌써 데뷔 9년차가 돼서 일수도 있지만 많이 편안해졌어요."

꽤 길었던 공백 기간은 그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이후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닥터 진' 등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던 그는 돌연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체력도 에너지도 모두 다 소진됐던 시간이었어요.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최소한의 양도 남아있지 않았죠. 재충전을 해야겠다는 시간으로 쉬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했죠. 사실 20대 여배우가 2년이라는 공백을 갖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죠. 그래도 공백기 동안 비우는 법을 배웠어요.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릴 수 있었어요."

"연애를 할 때는 연기하지 않는다"는 나름 확고한 철학을 밝힌 그는 연애 대신에 연기를 택했다. 곧바로 차기작을 정한 것. 이번에는 중국 대륙으로 향한다. "'시티헌터' 이후 쭉 작품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해왔다"던 그는 "여태까지 한국 작품만 해야 된다는 편협한 시각이 있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지금 제 최대 관심사는 연기입니다. 때문에 올 한해는 연기하면서 잘 보내는 것이 목표에요. '힐러'를 통해 자유롭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어요. 결과부터 생각하면서 지레 겁먹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작품들을 만나면서 치열하게 싸워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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