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 '피노키오'가 발굴한 최대 수혜자로 꼽혀

'피노키오'에서 기재명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윤균상.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대상을 바라볼 땐 한없이 차가웠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을 대할 땐 애틋했다. 많지 않은 대사 속 그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은 어두운 색상의 점퍼와 많은 사연이 깃든 눈빛뿐이었다. 그래도 빛났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얼굴에 환호했고, 열광했다. 배우 윤균상(28)의 이야기다.

윤균상은 지난달 13일 종영한 SBS 수목미니시리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연출 조수원)가 발굴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기재명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직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윤균상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고, 동생인 기하명(이종석)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높였다.

“오디션을 봤어요. 조수원 감독님은 ‘갑동이’할 때 처음 뵀어요. 막내 형사 역을 맡으면서 동분서주 뛰어다녔는데 그 모습을 예쁘게 보셨는지 오디션 기회를 주셨죠. 사실 기재명 역인지도 모른 채 몇 차례 오디션을 봤어요. 그러다 정말 큰 결심을 해주셨죠. 모험이었을 거예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는 신인 배우에게 재명이라는 역할을 주셔서 감사했죠.”

묵직했다. 웃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극 중 윤균상은 내내 어두운 분위기에 심취해있어야 했다. 옷도 어두운 톤만 입었다. 깊게 눌러쓴 모자, 초점 없는 눈빛, 그리고 검정색 상·하의 등 그는 외관부터 철저하게 기재명으로 살았다. 그가 웃었던 것은 동생 역의 이종석을 마주할 때뿐이었다.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감정소모가 심한 캐릭터였죠. 차라리 사이코패스였다면 편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재명의 근본은 착한 아이예요. 속 안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죠. 한 마디로 처절한 아이였어요. 그런 재명을 연기하는 부담이 당연히 컸죠. 그런데 박혜련 작가님의 글발이 엄청나요. 재명이의 대사를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슬퍼지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옆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죠. 그런 도움 덕택에서 재명이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촬영은 동생인 이종석과 진행됐다. 사실 두 사람은 영화 ‘노브레싱’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실제로 형 동생처럼 사이좋게 지냈던 두 사람이 극 중 형 동생으로 만나게 됐다는 이야기에 서로 실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됐죠. 정말 친하고 재미있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과연 종석이랑 그렇게 어두운 형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죠. 그런데 연기를 하다보니까 오히려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종석이가 저를 잘 챙겨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어요. 의지도 많이 했죠. 제 동생은 무뚝뚝한데 종석이는 애교가 넘쳐요. 대리만족도 할 수 있었죠. (웃음)”

그는 이종석과 “생김새가 닮지는 않았는데 묘하게 형제 같은 느낌이 난다고 말을 많이 들었다”며 “실제도로 내가 형처럼 보이고 종석이가 동생처럼 보여 정말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2012년 드라마 ‘신의’로 데뷔한 그는 이후 2013년 영화 ‘노브레싱’과 ‘금지된 장난’ 그리고 2014년 ‘갑동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그 과정서 좌절하기도 하고, 쓴 맛을 보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 덕이었다.

“제 주위 친구 중에 벌써 애도 있는 친구가 있어요. 왜 안 불안했겠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믿어주셨어요. 남자 배우라면 30대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죠. 아버지가 그렇게 믿어주고 또 도와주겠다고 하시니 견딜 수 있었죠. 30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기회가 빨리 왔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빨리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 것 같아요.”

‘피노키오’는 유독 남자 출연자들의 키가 컸다. 실제 이종석과 김영광은 유명한 모델 출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윤균상 역시 190cm에 육박하는 키를 가졌다. 모델 일도 했냐고 물어보니 “20대 초반에 잠깐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중학교·고등학교 때는 뚱뚱했어요.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원하는 대학에 갈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독하게 살을 뺐어요. 전주에 살았는데 서울에 가면 뭐가 있을 것 같았죠. 살을 빼고 서울에 왔는데, 친구가 모델 일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모델 회사에 가서 교육을 수료하고 쇼도 섰어요.”

런웨이를 걸을 때의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는 짧은 무대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을 돌렸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모든 걸 접고 군대에 다녀왔다. 군대에 다녀와서도 길은 있었다. 연기에 눈을 뜨게 된 것.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에 매력을 느낀 그는 연기에 발을 담갔고, 현 소속사 대표를 만나 현재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

고비가 찾아오면 또 물 흐르듯 어떠한 길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 하니 그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이렇게까지 왔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이징 스타로 끝나느냐, 아님 대중들이 끝까지 주목하는 배우가 되느냐는 오로지 그의 몫이다. 그는 자신있어 보였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나리오나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잘해낼 수 있는 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을 다룬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워낙 어두운 역할이어서 그런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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