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냐 백이냐’ (Black or White) ★★★1/2(5개 만점)
흑백 혼혈 손녀 양육권 분쟁 다른 휴먼 드라마
옥타비아 스펜서의 힘있는 연기 깊은 감동 안겨

자녀 양육과 가족애 그리고 흑백문제를 다룬 감상적인 드라마로 옛날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매우 선의적인 온 가족용 영화로 각본을 쓰고 감독한 마이크 빈더의 가족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주 온화한 작품으로 흑백문제를 비록 충돌과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긴 했으나 결국 흑이냐 백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가 모두 착한 인간성을 지닌 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얘기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결론인데 그래서 영화가 재미도 있고 구겨진 데가 없이 잘 만들긴 했으나 극적 충격이나 추진력이 다소 모자란다. 그러나 어린 손녀를 놓고 흑백 맞대결을 하는 두 주인공 옥타비아 스펜서와 케빈 코스트너의 강렬한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언제나 시의에 맞는 얘기여서 관람을 적극 권한다.

LA의 부유한 변호사인 엘리옷 앤더슨(케빈 코스트너)은 최근에 사랑하는 아내 캐롤(제니퍼 엘)을 자동차 사고로 잃고 슬픔과 실의를 술로 달랜다. 그에게 유일한 삶의 기쁨이 남았다면 아내와 함께 갓 나았을 때부터 키운 7세난 흑백혼혈의 손녀 엘로이즈(질리안 에스텔).

엘로이즈는 엘리옷의 딸이 17세에 출산한 딸로 엄마는 아기를 낳다가 사망했다. 엘로이즈의 흑인 아버지 레지(안드레 홀랜드)는 마약중독자로 감옥에 수감 중이다. 엘리옷은 온 정성을 다해 엘로이즈를 키우는데 그는 겉으로는 무뚝뚝한 할아버지이지만 가슴은 손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런 모습을 코스트너가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런데 어느날 느닷없이 엘로이즈의 친할머니 로웨나(옥타비아 스펜서)가 엘리옷을 찾아와 남자 혼자서 어린 손녀 키울 수가 없으니 엘로이즈를 내놓으라고 선언한다. 엘리옷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데 그가 로웨나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LA의 캄튼 흑인 동네에 사는 강철 같은 의지와 불같은 성격을 지닌 로웨나는 이어 LA 다운타운에서 잘 나가는 조카 변호사 제레마이아(앤소니 맥키)를 시켜 엘리오즈에 대한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다.

여기서부터 엘로이즈를 둘러싼 엘리옷과 로웨나의 감정싸움을 곁들인 치열한 대결이 일어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엘리옷이 미워하는 레지가 나타나 뒤늦게 딸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바람에 엘리옷의 속은 팍팍 썩어들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법정 드라마 모양을 갖추는데 엘리옷이 홧김에 어쩌다 ‘N’(깜둥이) 단어를 내뱉는 바람에 이 말이 법정에서 엘리옷에게 크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클라이맥스에 엘리옷이 자기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오랫동안 엘로이즈에 대한 사랑과 흑백문제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코스트너와 함께 볼 만한 것은 ‘헬프’에서 하녀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탄 스펜서의 뚝심 좋은 연기다. 강직하면서도 이해심 있고 선한 근성을 지닌 훌륭한 어머니의 연기를 감탄스럽게 해낸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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