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은 스스로 충당한다는 뜻의 자급자족(自給自足). 21세기 문명화된 사회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단어가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뜻하는 속어)과 만났다. 연예인들의 자급자족 생활기를 다룬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3년째 오지로 떠나고 있는 SBS ‘정글의 법칙’을 필두로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어촌편’과 KBS 2TV ‘용감한 가족’이 바로 그것.

세 프로그램 모두 연예인들이 가족 혹은 팀을 이뤄 도시의 편안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 떠나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인간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자는 등의 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 어부로 생존해라! - ‘삼시세끼 어촌편’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삼시세끼 어촌편’의 반응이 뜨겁다. 첫 방송부터 평균 9.8%, 최고 11.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

‘삼시세끼 어촌편’은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어촌에서 해 보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차승원과 유해진이 주인공이다. 탈세 논란으로 하차한 장근석이 빈자리는 나영석 PD와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호흡을 맞춘 손호준이 메웠다.

어촌편의 무대는 만재도다. 만재도는 대한민국 뱃길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섬으로 서울서 가는 데만 12시간, 왕복 총 24시간이 걸린다. 만재도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해가 떠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재난 영화를 연상시킨다. 농촌이었던 강원도 정선에서는 텃밭과 슈퍼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어촌은 다르다. 초보자들에게 낚시는 어려운 미션이고, 유일한 슈퍼 역시 문을 닫기 일쑤다. 이처럼 훨씬 힘들어진 상황에서 동갑내기 친구인 차승원과 유해진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흡사 부부 같은 모습으로 정겨운 그림을 만들었다.

없는 살림에도 한 끼는 만들어야 했다. 차승원은 배추 한 포기로 겉절이와 배추 된장국을 만들었다. 어렵게 잡은 군소로 요리를 해먹고, 또 재료가 없으면 감자와 고구마로 한 끼를 해결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들의 자급자족 생존기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캄보디아 수상마을의 일원이 되라! - ‘용감한 가족’

‘용감한 가족’은 연예인들이 가족을 이뤄 세계의 특색 있는 지역의 가족들과 이웃이 되어 살아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23일 첫 방송됐다. 이문식과 심혜진은 부부로, 박명수는 삼촌, 최정원과 씨엔블루 강민혁, AOA 설현은 훈훈한 삼남매로 뭉쳤다. 이들이 향한 곳은 캄보디아의 톤레사프 메찌레이 수상마을.

이들은 메찌레이 마을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가며 그곳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물론 쉽지 않았다. 마을의 주업인 고기잡이를 하기 위해 호수로 나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과정서 이문식은 상의를 탈의하고 물에 들어가는 등 책임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다. 이에 가족들은 밥에 참기름과 간장을 비벼서 식사를 해야 했다. 화장실도 큰 문제였다. 개방형 화장실로 소리는 물론 옆 사람과 눈도 마주칠 수 있는 다소 민망한 구조로 막내 설현을 당혹시켰다.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새삼 일깨워 줬으며, 힘들 때 가족이 얼마나 큰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을지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 우정으로 버텨라! -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

2011년 10월 시작한 ‘정글의 법칙’이 17번째 여행지로 떠났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서는 ‘병만 족장’을 김병만을 비롯해 육중완·샘오취리, 손호준·바로, 조동혁·샘해밍턴, 류담·윤세아가 남태평양의 섬 팔라우로 떠난 모습이 그려졌다.

제목 그대로 연예인을 정글과 같은 오지로 보내, 그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부터 히말라야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연예인들의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번 시즌의 부제는 ‘with 프렌즈’. 앞서 ‘정글의 법칙’이 장소를 강조했다면 이번 편은 친구, 즉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이영준 PD는 “이번 편은 우정과 생존이 함께 한다”며 “우정과 생존이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어떨지, 정글에서 생존을 한다면 우정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우정을 끼었다고 해도 스스로 자급자족해야 하는 콘셉트는 변함이 없다. 육중완은 정글에서 36시간을 굶은 뒤 8kg 강제 감량(?)에 성공했다. 유일한 홍일점인 윤세아 역시 3kg 감량과 더불어 대상포진까지 얻어 왔을 정도로 고된 생활을 했다.

자급자족 생존버라이어티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시세끼’를 연출하고 있는 나영석 PD는 스포츠한국에 “우리 모두 현대화된 도시에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 매일 휴대전화를 보고,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살고 있지만 이것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으로의 회귀를 많이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귀촌이나 귀농이 많아졌다”며 “그런 생각 때문에 자급자족을 그린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