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Black Sea) ★★★(5개 만점)
바다에 가라앉은 히틀러의 금괴 찾기
스릴과 긴장감 결여돼 맥 빠진 느낌

해저에 가라앉은 황금을 건지러 가는 현대판 해적 스릴러물이다. 황당무계하지만 재미 있는 얘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고 말았다. 당연히 액션 모험 스릴러인데도 케빈 맥도널드감독(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은 영화 속 인물들의 충돌과 후회와 갈등 묘사에 더 주력, 공연히 심각한 영화가 됐다.

따라서 잠수함이라는 협소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말 많은 연극 같은데 주드 로가 육체를 단단히 단련시킨 모습으로 잠수함 선장으로 나와 다부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혼자서 영화를 살려낼 재간이 없겠다. 그리고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도 뻔한데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난파선 화물구조작업회사에서 일하던 전직 베테랑 잠수함 선장 로빈슨(주드 로)은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 함께 해고된 동료들을 모아 보물찾기에 나선다. 제 2차세계대전 때 소련이 히틀러에게 보내는 금괴를 실은 독일 잠수함이 흑해 해저에 침몰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건져내자는 것이다. 물주는 미국인으로 로빈슨은 소련제 고물 잠수함을 사서 개조한다.

승무원은 영국인 6명과 러시아인 6명 등 총 12명인데 일종의 감시책으로 미국인 물주가 보낸 하수인 대니얼스가 탔다. 영국선원 중 한 명은 아직 어린 토빈으로 로빈슨은 토빈을 실직 후 자살한 동료 대신 배에 태웠다.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로빈슨이 아내와 어린 아들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로빈슨은 선원들에게 금괴를 건지면 모두에게 똑 같이 배분하겠다고 약속하고 잠수함을 흑해로 몰고 나간다. 그런데 좁은 배안에 서로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거친 두 나라의 뱃사람들이 탔으니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의 다툼과 함께(말리는 것은 물론 로빈슨)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면서 잠수함 영화의 상투적인 것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그런데 황금에 눈이 먼 일부가 사람 수가 줄면 줄수록 자기에게 돌아올 몫이 많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탐욕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일어난다. 마치 해저의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을 연상시킨다. 액션이 가끔 있지만 신통치가 못한데 스릴러가 스릴과 긴장감이 결여돼 맥이 뻐진다.

로의 연기가 볼 만하고(때론 너무 굳은 표정이긴 하지만) 협소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찍은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은 좋다. 그러나 해저의 잠수함을 만든 컴퓨터 그래픽은 아주 미숙하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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