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캐피털'(Human Capital) ★★★★
교통사고를 둘러싼 두 가족의 미스터리
미국 작가의 소설을 이탈리아 배경으로 각색

심야 우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운명이 연결되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브리안자에 사는 두 가족에 관한 가족 드라마이자 스릴러로 블랙 코미디의 기운도 갖춘 이탈리아영화. 화려함 속에 초조와 불안을 감춘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경기침체와 함께 계급과 신분의 차이를 파헤친 사회 드라마이기도 한데 인간의 가치를 유로로 재려는 황금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목은 법률용어로 사고의 희생자에게 보상금을 지불할 때 계산하는 희생자의 순 가치를 말한다.

영화는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얘기되는 4막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심야의 비극적 교통사고가 재연되면서 조금씩 사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더 제공된다.

투자전문가인 지오반니(화브리지오 지후네)와 배우 지망생이었던 아내 칼라(발레리아 브루니 타데스키)는 백만장자로 둘 사이에는 고교생 아들 마시밀리아노(구그리엘모 피넬리)가 있다.

지오반니네의 부와 신분을 동경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상류층에 이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는 중류층 부동산 업자 디노(회브리지오 벤티볼리오)는 쌍둥이를 임신한 착한 아내 로베르타(발레리아 골리노)와 전처 사이에서 본 여고생 세레나(마틸데 베르나스키)가 있다. 그런데 고급 사립학교에 다니는 마시밀리아노와 세레나는 연인 사이다.

그런데 디노가 자기 집을 저당으로 융자를 해 지오반니에게 투자를 부탁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디노의 돈이 몽땅 날아가면서 디노는 지오반니에게 본전이라도 달라고 부탁하나 거절당한다. 이와 함께 두 가족의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학생 표창식이 열리는 밤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나면서 이 사고를 둘러싸고 두 집이 운명적으로 연결된다.

과연 누가 사고차를 운전했는가. 챕터가 바뀔 때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향해 이야기가 조금씩 조금씩 진전한다.

이탈리아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한데 특히 자신의 꿈을 접고 상류층 부인 행세하느라고 속이 다 썩어 문드러져 가는 칼라 역의 브루니 타데스키의 연기가 압권이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현지에서 찍은 촬영 그리고 서스펜스 기운이 있는 음악도 좋다.

영화는 미국 작가 스티븐 아미돈의 소설이 원작을 영화화했다. 파올로 비르지 감독.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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