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즈’(Big Eyes) ★★★★(5개 만점)
팀 버튼 감독의 개성 넘치는 연출과 스토리
에이미 애덤스와 출연진의 뛰어난 연기 압권

얼굴 전체에 균형이 맞지 않는 크고 텅빈 검은 눈을 한 아이들의 초상화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여류 화가 마가렛 킨(87)과 그의 사기꾼 남편 월터의 파란만장한 관계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화폭 위의 물감처럼 알록달록하게 재미 있다.

1960년대 초의 얘기로 당시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던 여자들에 대한 불평등과 함께 예술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에 대한 탐구를 그린 영리하고 귀여운 작품이다. 괴짜 팀 버튼이 연출을 맡았는데 다소 과격하고 이색적인 터치가 가득하다.

이혼녀 마가렛(에이미 애담스)은 어린 딸 제인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다. 마가렛은 공원에서 1달러를 받고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 주는데 한결같이 허공을 응시하는 텅빈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로 그린다. 마가렛 옆에서 그림 장사를 하던 월터(크리스토프 월츠)가 마가렛의 가능성을 알아채고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한다.

마가렛은 사람의 감정을 조작하는데 능수능란한 매력적인 월터의 유혹에 넘어가 그와 결혼한다. 월터는 마가렛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독려, 아내의 그림을 팔러 다니다가 후에 유명한 예술촌이 된 노스비치에 있는 엔리코 반두치(존 폴리토)가 경영하는 클럽 화장실 입구에 그림을 걸어놓는다.

그림이 손님들의 인기를 얻자 월터는 자기가 그린 것이라고 선전을 한다. 이에 마가렛이 항의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여자가 그린 그림은 갤러리에서도 전시하기를 마다했던 상황. 마가렛의 항의는 묵살되고 자신의 집 다락방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마치 국화빵 찍어내듯이 그린다.

그런데 그림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으면서 월터는 벼락 유명화가가 된다. 이에 마가렛이 다시 항의하자 월터는 “이제 화가의 진짜 신원을 밝히면 그 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며 달랜다. 그리고 킨갤러리를 개장하면서는 완전히 월터가 진짜 화가가 되고 마가렛은 뒷전으로 물러난다.

견디다 못한 마가렛이 이혼을 요구하나 월터는 그림을 100개 이상 그려줘야 이혼해주겠다고 대꾸한다. 그림을 계속해 그려 남편에게 보내던 마가렛은 마침내 자신을 제대로 추슬러 지역 방송에 나가 ‘빅 아이즈’의 화가가 자신이라고 밝힌다.

이에 월터가 마가렛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공방이 벌어지는데 현명한 판사(제임스 사이토)에 의해 당연하게 종결된다. 이 재판 과정이 아주 재미 있다.

애덤스와 월츠의 연기가 압권이다. 애덤스는 남편한테 눌려 살다가 독립하면서 개화하는 여자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월츠는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악한데도 미워하기가 힘든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이외에도 대니 휴스턴, 테렌스 스탬프, 제이슨 슈와츠맨, 제임스 사이토 등 조연진의 연기가 일품이다.

이와 함께 시대를 잘 표현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과 촬영도 좋고 라나 델 레이가 부르는 주제가 ‘빅 아이즈’도 아름답다. 한국에서는 오는 29일 개봉된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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