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예계는 다양한 트렌드로 움직였다. 비지상파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들에 열광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차이나머니가 한국 방송계를 급습했고, 영화 ‘명량’ 등은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이뤘지만 독과점이라는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7대 키워드로 올 한해 연예계를 뒤흔든 트렌드를 살펴봤다.

▲ ‘비지상파’ 드라마의 역습

케이블채널 tvN과 OCN, 종합편성채널 JTBC 등 올 한해는 비지상파 채널 드라마의 역습이 두드러졌다. 감각적인 연출과 참신한 기획 등 콘텐츠의 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JTBC는 올 상반기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멜로 ‘밀회’, 하반기는 따뜻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유나의 거리'로 호평을 얻었다. OCN은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더 나쁜 놈을 투입하는 역발상이 돋보인 ‘나쁜 녀석들’로 OC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tvN은 지난해 ‘응답하라 1994’를 방영하며 신설한 금토드라마가 연이어 호평을 얻었다. 그 중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생’은 올 한해 최고의 콘텐츠라 불렸다. 톱스타와 러브라인 없이 콘텐츠만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 한국인보다 한국인 같은 ‘외국인’

말 잘하는 외국인들이 방송가를 점령했다. 과거 이들의 역할이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는 감초 정도에 머물렀다면 2014년 방송가에서 이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어엿한 주인공이었다. 특히 지난 7월 첫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예능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이다. 11명의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관한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관점으로 토론을 진행하며 차별화를 둔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 모두 수준급의 한국어 회화 실력을 지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기미가요 논란과 출연진 에네스 카야의 개인 신상에 관한 논란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반기에는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힙합그룹 엠아이비의 강남이 주목을 받았다.

▲ 하나보다 둘, ‘콜라보레이션’ 열풍

올 한해 대중음악계의 최대 화두는 역시 콜라보레이션이다. 특히 아이돌 가수와 흑인 음악인 R&B나 힙합 장르간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2월 초 발매된 소유와 정기고의 곡 ‘썸’ 열풍이 대표적이다. 걸그룹 씨스타 멤버와 R&B 싱어의 만남으로 눈길을 끈 이 곡은 올 최장기간 멜론차트 1위에 머물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애프터스쿨 레이나와 산이의 ‘한 여름밤의 꿀’, NS윤지가 기리보이와 부른 ‘설렘주의’ 등도 인기를 끌었다. 아이유는 신인 하이포와 함께한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비롯해 서태지의 ‘소격동’을 함께 부르는 등 콜라보레이션 트렌드를 이끌었다. 콜라보레이션 곡으로 트랙리스트를 채운 MC몽의 컴백 앨범과 이하이·이수현·바비 ‘나는 달라’, 지드래곤·태양의 ‘굿 보이’ 등 YG 소속 가수간의 콜라보레이션도 인상적이었다.

▲ ‘오빠’가 돌아왔다, god·서태지 등 인기

지난해 조용필의 ‘바운스’ 열풍으로 시작된 올드보이의 역습은 2014년에도 이어졌다. 오랜만에 돌아온 엠씨더맥스의 ‘그대가 분다’가 1월 음원차트를 흔든 것에 이어 김동률, 유희열(토이), 임창정, 박효신 등 컴백 가수 돌풍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과거 90년대 활동했던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많은 이슈를 낳았다.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경우 성공적인 컴백뿐만 아니라 콘서트 무대 등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이들의 선전에 젝스키스, H.O.T 등 다른 그룹의 재결합 루머가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다. 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서태지는 곡 ‘크리스말로윈’으로 컴백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성적은 부진했으나 방송사 연말 가요축제 섭외 1순위 자리는 여전히 그의 것이다.

▲ 추사랑부터 ‘삼둥이’까지, 식지 않은 ‘육아’ 예능 열풍

육아 예능 열풍은 식지 않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SBS ‘오 마이 베이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등 유명 연예인 아빠들이 자녀들을 돌보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 ‘아빠 어디가’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슈퍼맨’이 인기였다.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추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상반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면 하반기는 송일국의 세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가 있었다. 든든한 장남 대한, 애교 넘치는 민국, 장난꾸러기 만세 등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삼둥이’는 아빠의 인기를 뛰어넘으며 ‘국민 베이비’로 등극했다. ‘슈퍼맨’은 침체돼있던 KBS 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별그대’ 이후 ‘차이나 머니’의 급습

2014년은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로 촉발된 차이나 머니의 공세도 두드러졌다. 올 2월 종영한 ‘별그대’가 중국에서 소위 ‘대박’을 치면서 중국 대륙에서 한류가 타오르게 됐다. 이에 발맞춰 차이나 머니가 한국 대중문화계로 급속히 파고들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투자하려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중국 화책미디어는 투자배급사 NEW에 535억원을 투자해 제2대 주주로 올라섰고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갈 지성 황정음 주연의 드라마 ‘킬미 힐미’의 공동제작자로 나섰다. 이외에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차이나 머니 유입을 위해 최종협상 중이다.

▲ ‘명량’ 흥행 뒤에 감춰진 ‘독과점’ 문제

2014년 영화계는 무려 3편의 1000만 영화를 내놓았다. 1월 ‘변호인’에 이어 2월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 여름에는 ‘명량’이 관객 176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흥행 영화 1위에 올라섰다. 지난달 개봉한 ‘인터스텔라’도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의 양적인 성장은 계속 됐지만 그 이면에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매주 개봉 되는 영화들은 늘지만 막상 극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몇편 안된다는 관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곧장 IPTV 등 부가산업으로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이렇게 영화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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