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히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1/2
스토리가 아귀가 안 맞지만 매력적인 작품
캐서린 워터스톤의 팜므파탈 연기 압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영화다. 그러나 분위기 하나만은 시쳇말로 죽여 준다. 마리화나를 흡연하면서 보거나 스카치 한두 잔 마신 뒤 몽롱한 기분으로 봐야 딱 좋을 영화다. 한 번 보고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은 존경할 만하다.

추리소설의 대가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속 주인공 필립 말로처럼 세상에 지치고 지루해서 죽을 것 같아 술과 담배로 권태를 달래는 전형적인 사립탐정이 주인공인 영화다. 이런 영화의 필수품은 남자를 잡는 팜므파탈인데 비교적 신인인 캐서린 워터스톤(명 배우 샘 워터스톤의 딸)이 섹시한 매력을 뿜어낸다.

특이한 영화를 만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부기 나잇’ ‘매그놀리아’ ‘매스터’)의 괴이할 정도로 독특한 영화로 원작은 토마스 핀천의 소설이다.

1970년. 남가주 해변의 벙갈로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히피출신의 사립탐정 닥(호아킨 피닉스)에게 느닷없이 달아났던 젊은 연인 샤스타(캐서린 워터스톤)가 찾아온다. 샤스타가 한다는 소리가 자기 애인인 부동산 재벌인 유부남 믹키(에릭 로버츠)의 부인이 남편을 자기 애인과 함께 납치해 정신병원에 가둘 계획을 짰으니 거기에 동조하라고 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리곤 샤스타와 믹키가 모두 사라진다.

이 때부터 닥이 사건을 파헤쳐가는데 그 과정에서 서퍼와 치과의사(마틴 쇼트)와 색소폰 연주자(오웬 윌슨) 등 온갖 군상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이 엮인다. 닥이 접촉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빅후트라 불리는 부패한 형사(조시 브롤린). 자기 얘기를 영화나 TV용으로 팔아 먹으려는 배우 지망생 빅후트와 닥은 서로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상대로 걸맞지 않는 친구라고 하겠는데 둘의 악연과도 같은 콤비가 찰떡궁합이다.

영화에서 가장 선정적인 장면은 카우치에 발가벗고 앉은 샤스타가 굼뱅이 담 넘어 가듯이 천천히 말을 하면서 맨발로 자기 옆에 옷을 입고 앉은 닥의 은밀한 부분을 애무하는 장면. 그 모습이 마치 미끼를 먹어 치우려는 육감적인 뱀과도 같다.

베네시오 델 토로, 제나 말론, 마야 루돌프, 리스 위더스푼(검사 역) 등 앙상블 캐스트가 나와 화면을 부평초처럼 떠다니는데 잠깐이지만 연기를 모두 잘 한다. 촬영과 음악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데 ‘수키야키’를 비롯한 여러 올드 팝송들이 적절히 쓰였다.

뛰어난 것은 구렛나루를 한 피닉스의 축 처진 연기. 무려 2시간30분짜리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아귀가 잘 맞진 않지만 희한하게 매력적인 영화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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