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서 싱크로율 200% 창주 역 맡아 감초연기
넘치는 끼+탄탄한 연기력 '차세대 유해진'으로 부상
단편영화 '섹스킹'으로 해외 영화제서 먼저 주목해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기자] 끼가 넘쳐 흘러 홍수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영화 '패션왕'(감독 오기환, 제작 와이랩 , 노마드필름)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쳐 '차세대 유해진'으로 불리는 배우 신주환은 1분만 함께 있어도 웬만한 사람은 다 웃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 제조기였다.

또한 5분을 같이 있으면 "어디서 이런 걸물이 나왔지?"라는 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끼돌이'였다. 10분을 함께 있으면 그가 뿜어내는 매력의 늪에 깊게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진 후에는 귀신에 홀리는 거 같은 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신주환이 연기한 웹툰 '패션왕' 속 창주를 직접 만나고 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Funny guy(웃기는 남자)=신주환이 '패션왕'에서 맡은 창주는 주인공 기명(주원)과 남정(김성오)을 만나면서 패션에 눈에 띄게 되는 영화 속 웃음을 담당하는 '감초 캐릭터'. 단발 머리에 가부키 분장을 한 듯한 하얀 얼굴, 짙은 스모키 눈화장, 시크함을 더한 헤어밴드로 완성된 외모는 폭소를 자아낸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나선 신주환은 창주 분장을 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시크한 포즈로 영화 속 창주를 불러냈다. 주위의 사람들이 웃을수록 더욱 신이 나 더욱 난이도 높은 코믹 포즈를 취하는 그는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 그 자체였다. 싱크로율 이야기를 꺼내자 자랑스러운 듯 에피소드를 늘어놓았다.

"글쎄 전 사실 웹툰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웹툰 '패션왕'을 먼저 본 후배들이 닮은 사람이 나오니까 보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인물인지 말해주지 않고 보면 안다고 해서 봤는데 누군지 딱 알겠더라고요. 진짜 닮아 놀랐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어느날 소속사를 통해 영화 '패션왕' 오디션 기회를 잡게 됐고 다행히 출연하게 됐어요. 굉장히 신기하더라고요. 캐스팅된 후 가족에게 웹툰을 보여드렸더니 '내 아들이지만 정말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패션왕' 고사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패션왕' 원작자 기안84 형님을 만났는데 보자마자 '너무 닮았다'고 말씀하셔 기분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외모나 소속사 힘으로 캐스팅된 거 아니냐 추측하시는데 오디션 몇차례 보고 힘들어 캐스팅된 겁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뻔하지 않게 연기하려 노력했습니다. 개봉 후 원작 팬들이 좋아해주니 뿌듯하네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캐릭터가 될 거 같아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Sensitive boy(감성적인 소년)=신주환과 자리에 앉은 지 10분이 지나면 그의 다른 면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신감 넘치고 유머감각 넘치는 29살 청년으로만 보였던 그는 학창시절과 가족 이야기, 성격 이야기가 나오자 붕붕 뜨던 조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한 소년'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연기자의 꿈을 꾸었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릴 때는 입가가 파르르 떨리기도 했다.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지고 인맥이 없어 오디션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긍정맨'이었다. 아픈 추억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연기와 영화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저도 창주처럼 밝고 명랑한 친구로 봐주시는데 어느 정도는 맞아요. 그러나 또 달라요. 반반 정도로 봐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조용하고 말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하관이 발달된 이목구비 때문에 오해를 받긴 했어요. 어떤 친구가 졸업할 때 '넌 악마인지 알았는데 순딩이더라'라 말할 정도였죠. 저 착한 학생이었어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웃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예고를 가고 싶었지만 인문계를 가야 했고 연극영화과 시험 볼 때도 투쟁을 불사해야 했죠. 그러나 지금은 절 믿어주시고 가장 많이 지원해주고 계세요. 오랫동안 빛 못 보고 지내던 내가 요즘 좋은 소속사도 생기고 주목받게 되니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인테리어 사업을 하시는데 아직도 죄송하게 용돈을 받고 살고 있어요. 정말 넘 죄송할 따름이에요. 내년이면 서른이니 이제 확실히 독립해야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사랑합니다!"

Promising director(촉망받는 감독)=신주환을 알게 되면 될수록 더욱 놀라운 점이 많다. 그중 최고는 그가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하는 촉망받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그가 연출뿐만 아니라 주연까지 맡은 단편 영화 '섹스킹'은 제8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2013년 FLYASIANA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28일 열린 제9회 파리한국영화제' FLYASIANA SPECIAL' 부문에 감독으로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웃기는 친구로만 봤던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유심히 쳐다보게 되는 순간이다. "너 진짜 대단한 놈이구나"라는 감탄사가 입속에서 맴돌면서. 신주환은 '섹스킹'으로 주목 받은 후 유명 영화사에 감독 계약 제안을 먼저 받았다. 하지만 그가 영화사 대표에게 배우를 향한 열망을 토로하자 현재 심엔터테인먼트를 소개시켜줬고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계약까지 동시에 맺게 됐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사실 감독에 큰 꿈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배우가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군제대 후 엑스트라를 하고 배우로 어떻게든 자리잡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일이 생각만큼 안 풀리더라고요요. 한 케이블 드라마에 캐스팅됐다가 다음날 번복되는 일까지 있었어요. 그렇게 우울하던 시기에 나를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영화를 찍게 됐어요. 그게 '섹스킹'이에요. 찍을 때만 해도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몰랐어요. 앞으로도 연기와 연출은 병행하고 싶어요. 얼마 전 상업 영화 연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거 같아 거절했어요. 배우로서 자리를 좀더 잡고 나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Hollywood actor(할리우드 배우)=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해 이를 유머로 받아들인 기자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아뿔싸! 유머가 아니었다. 그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터미네이터2'를 보면서 갖게 된 할리우드에 대한 동경은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의 원천이었다. 누구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가슴 속에 갖고 있는 꿈이 하나 있지 않은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단호하고 진지한 모습에 여러 가지 얼굴이 몽타주처럼 이어졌다. 비열한 악역도 잘 어울릴 거 같고 똑똑한 엘리트의 모습도 있고 로맨틱한 남자친구의 면모도 엿보였다. 인터뷰 막판에는 심지어 잘생겨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들어 "이건 아니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 비웃지만 꿈꾸는 건 자유잖아요. 누가 알아요. 제가 오십 넘어서 (할리우드에) 갈 수 있을지.(웃음) 최민식 선배님도 '루시'로 할리우드에 간 나이도 오십이 넘어서였잖아요. 꿈이 없다면 넘 재미있고 각박한 세상인 거 같아요. 힘들 때 그런 생각하며 혼자서 씩 웃곤 해요. 창주 역할을 한 후 웃기는 캐릭터들이 이어질 거 같다는 주위의 걱정이 있었어요. 그러나 제 입장에서 이거저거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열심히 해야죠. 정반대되는 킬러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아주 순박한 바보 역할도 재미있을 거 같고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내 꿈에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겠죠?"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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