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완벽한 연기가 힘든 겹치기 출연 NO! 여름 촬영도 NO!

국민엄마 김혜자가 '마더'(감독 봉준호)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작품명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ㆍ제작 삼거리픽쳐스ㆍ이하 개훔방). 극 중 김혜자는 갤러리 레스토랑 마르셀과 개 월리의 주인 노부인으로 분했다. 몸에 밴 우아한 몸짓과 고상한 말투만으로도 범접하지 못할 아우라를 뽐내며 열연했다.

과작하는 배우로 알려진 김혜자를 붙잡기 위해 제작진은 삼고초려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마더' 이후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다"는 그를 사로잡은 것은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개훔방'의 시나리오다. 제작진을 통해 김혜자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가 참 아름다웠고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고 느껴서 참여했다. 특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혜자를 캐스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국민배우로서 완벽한 연기를 위해 고수해온 철칙 두 가지가 걸림돌이었다.

첫째는 겹치기 출연 절대금지다. 한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다른 작품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김혜자는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출연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와 촬영기간이 겹쳐 NO 사인을 보냈다. 두 번째는 촬영 시점.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것으로 알려진 김혜자는 집중이 힘든 여름시즌은 작품을 피한다.

26일 진행된 '개훔방'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만난 제작사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스포츠한국과 만나 "누구보다 김혜자 선생님의 캐스팅이 힘들었다.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캐릭터에 적역이었기 때문에 출연을 몇 번이나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개훔방' 제작진은 연극 일정을 피해 촬영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문제가 남았다. 연극을 피하다보니 촬영기간이 여름이 되어버린 것. 엄 대표는 "그렇다고 김혜자 선생님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촬영 분량을 모두 실내 세트장으로 옮겼고 냉방에 특히 신경썼다. 선생님에게 '더위 때문에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약속했고, 결국 캐스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내 촬영이라 하더라도 영화 촬영장에서는 에어컨을 켜는 일이 드물다. 가동시 발생되는 소음이 현장 녹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작진은 소리가 나지 않는 부채와 얼음 등을 동원하는 특급 냉방 작전을 펼쳤다. 이를 통해 김혜자는 편안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연기 변신 및 열연을 이끌어 냈다.

김혜자는 자신을 위해 수고해준 제작진에 고마움을 전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더위에)힘들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 스태프들이 얼음 등으로 지치지 않게 도와줬다. 덕분에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개훔방'은 갑작스레 아빠를 잃고 엄마와 더불어 피자 배달 승합차에서 살고 있는 아이가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혜자와 더불어 강혜정, 이레, 이천희 등이 출연했다. 12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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