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내외부 벤치마킹, 2인자 위치서 실용주의 선택
1인자 뛰어오르려면 장기 전략 있어야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 선도 기업의 제품이 확실하게 자리잡는 것을 보고 빠르게 대응하여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단점을 보완해 출시해 이득을 보는 전략이다.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지만 후발주자들에게 이것만큼 확실하게 선도 업체를 뒤쫓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산업계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엔터테인먼트계에서도 이 전략은 통한다. 씨스타, 케이윌, 정기고, 보이프렌드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주인공이다.

내달 10일 엠넷과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손잡은 신인 연습생 데뷔 프로그램 '노 머시'(Np Mercy)가 첫 방송된다. "최고의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연습생들의 무자비한 데뷔전쟁! Mnet X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잔혹 서바이벌!"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방송은 말 그대로 스타쉽의 새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방송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습생들의 데뷔 전쟁'을 그린다는 점에서 YG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신인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이나 '믹스&매치'와 유사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차별성을 뒀다.

'믹스&매치'가 종료하자마자 다시 튀어나온 스타쉽의 '노 머시' 예고영상에 일부 시청자들은 "YG엔터의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을 스타쉽이 따라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WIN'과 '믹스&매치' 등으로 YG가 재미를 보자 유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종의 카피캣이 아니냐는 것.

'노 머시'에서 스타쉽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위너와 iKON을 탄생시켰던 YG의 성공사례에 스타쉽의 강점인 콜라보레이션을 접합했다. 외부 성공 요소에 자사 성공 포인트를 더한 것. 올 초 소유X정기고의 '썸'이 메가 히트한 후 모든 역량을 콜라보레이션에 쏟아온 스타쉽은 마지막을 장식할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콜라보레이션을 도입하는 일관성을 유지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유한길 PD는 "스타쉽과 콜라보레이션 미션, 이 두 가지가 '노 머시'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음원강자로서 대형 기획사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역량에 프로그램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스타쉽 연습생들의 개인 기량을 자랑하고 인지도를 쌓은 후 데뷔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대중음악계는 SM과 YG, 그리고 최근 폼이 좋지 않은 JYP가 3강 구도를 갖는 가운데 FNC, 큐브 등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씨스타의 대성공과 케이윌, 매드크라운, 정기고의 발굴 및 영입으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이 빠른 시간에 선도 엔터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적중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타쉽은 씨스타와 케이윌, 정기고 등 '음원깡패'라 불리는 아티스트를 통해 차트를 독식해왔다. 하지만 유독 남자 그룹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타쉽 입장에서 볼 때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만으로 위너ㆍiKON이라는 막강 유망주를 내놓은 YG가 내심 부러울 법 하다.

2인자 입장에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아주 안정적인 데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언젠가 혁신과 창의, 그리고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Mover) 전략을 통해 선도업체로 나아가지 않는 다면 절대 1인자로 올라설 수 없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스타쉽이지만 업계를 이끌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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