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인터뷰를 위해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던 이수현은 카페 구석에 있던 기타를 발견하더니 이내 집어 들었다. “찬혁 오빠가 기타는 잘 안가르쳐 준다”며 입을 삐죽 내밀더니 몰래 연습한 ‘다리 꼬지 마’를 연주하며 흥얼거렸다.

이수현의 기타소리가 흘러나오자 이하이도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일쑤인 인터뷰 장소는 두 소녀의 깜짝 미니콘서트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늦가을이었지만 이곳만은 소녀들의 목소리로 따뜻했다. 노래가 끝난 후 박수가 터져 나온 건 당연했다.

유닛 ‘하이수현’으로 돌아온 가수 이하이, 악동뮤지션 이수현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출신으로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두 사람은 iKON 바비와 함께 유닛 활동에 나서며 영역 확장에 나섰다. 지난 11일 ‘나는 달라’를 공개한 이들은 곧바로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며 가능성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이수현은 “1위 소식에 소리를 질렀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유닛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어요. YG 프로젝트가 급작스러운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한 팀이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바비가 함께하게 된 것도 녹음을 마친 후에 알 정도였죠.(웃음) 같은 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었다니까요.”(이하이)

하이수현은 이하이와 이수현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유닛이다. 그동안 솔로로 활동해온 이하이에겐 제대로 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할 기회였고 악동뮤지션 이수현은 오빠의 품을 떠나 다른 환경에서 펼치는 작업이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의 도전을 통해 두 사람은 또다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비슷한 또래끼리의 작업이라 경쟁하듯 완성도를 올릴 수 있었다. ‘나는 달라’ 무대 퍼포먼스가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인이 대립하는 콘셉트를 가진 것은 여기서 온 듯했다.

“사실 여자 보컬끼리의 콜라보레이션, 혹은 듀엣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서로 매력대결을 펼쳐보기로 했죠. 녹음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끼 부리면서 불러야 한다’였던 것 같아요. 마치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어야 했어요. 손 뽀뽀도 한층 농염하게?”

이하이는 “(이수현은)타고난 ‘끼쟁이’”라며 언니이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본인의 성격을 탓했다. 앙증맞고 귀여운 콘셉트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이수현에게 배운 게 꽤 많았다고.

“이번 하이수현 활동 때는 원 없이 끼를 부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악동뮤지션이 끼를 부리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이번에는 아예 끼부리라고 멍석을 깔아줬으니 신나게 부려보아야죠.(웃음) 저희가 부리는 건 농익은 끼가 아니라 어리고 귀여운 끼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은근히 섹시한?(웃음) 그래도 ‘섹시’라는 단어는 부끄러워요.”(이수현)

이수현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의 보컬 컬러를 확실히 잡았다. “녹음실에서 ‘이하이를 따라 해서는 아무것도 안 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하이 언니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던거죠. 자칫 묻힐 수도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어요.

‘이 언니 괴물이다’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죠. 결국은 제 스타일대로 부르다 보니 ‘합격’을 받았어요. 제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죠. 찬영오빠만 칭찬해주면 되는데, 오빠는 매일 하이 언니만 칭찬해요.”

이하이와 이수현은 YG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이끌 새싹이자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보컬리스트다. 두 사람을 하나의 팀으로 묶은 YG의 복안은 어쩌면 간단했다. 보컬 색이면 색, 성격이면 성격. 모두 극과 극인 만큼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 계단 더 올라서라는 것. 실제로 이하이는 이수현에게 부드러운 애교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배웠다.

이수현은 이하이로부터 치열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과 보컬리스트로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소속사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이수현 두 소녀는 즐겁게 수다 떨기 바쁘다. ‘경쟁’과 ‘대결’이 이번 활동 콘셉트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이하이도, 악동뮤지션도 사실 아이돌처럼 예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가수로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를 직업으로 택한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도 필요하죠. 사실 하이수현으로 활동하는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어도 더 준비해서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이하이)

“양현석 사장님은 저희가 긴장하고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젝트도 항상 갑작스럽게 듣죠. 언젠가 하이언니랑 작업하게 되면 좋겠다, 혹은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이수현)

하이수현은 “5년 혹은 10년 뒤 똑같은 구성으로 다시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앳되지만 패기만만한 현재와 시간이 지나 부쩍 성장한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단다. 이하이는 “키뿐만 아니라 보컬로서도 부쩍 성장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 부분은 양현석 YG 대표프로듀서도 공감했다.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느덧 부쩍 성장한 소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벌였을 때엔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뒷걸음질보다는 계속해서 올라가보고 싶거든요. 유닛 활동이 끝나면 제 솔로 앨범도 준비하였으면 해요. 현재 (솔로 활동을)2년째 쉬고 있는데 사장님을 졸라야 할까봐요.”(이하이)

“하이수현뿐만 아니라 유희열 토이의 객원보컬 등 오빠 없이 활동하다 보니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어요. 외롭다는 감정이 생기니 새삼스레 오빠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됐죠. 사실 앞에서는 한번도 말해본 적 없는데 오빠이자 악동뮤지션의 리더로서 항상 저를 보살펴 준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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