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추도사 "멋지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약식장례 진행…화장은 부검이후로 미뤄…유족, 수술병원 경찰에 고소

가수 신해철 발인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가수 신해철 발인식이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고인의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나오고 있다.
'마왕' 신해철이 동료 연예인과 팬들의 오열 속에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31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신해철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유족과 그의 팬, 취재진 등 300여명이 자리해 고인의 가는 길을 애도했다. 넥스트의 멤버들과 서태지·이은성 부부, 싸이, 이승철, 신대철, 윤종신, 윤도현, 타블로, 남궁연 등 동료 뮤지션들도 참석했다.

동료 뮤지션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한 읽은 서태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우리 가요계가 그의 음악에 많은 빚을 졌다. 항상 최고의 음악을 들려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형에게 멋지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추억과 음악을 선물한 그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서태지는 고인과 6촌지간이기도 하다.

발인 미사를 진행한 신부는 "나도 고인의 노래를 들으며 20대를 보냈다"면서 "고인은 다른 가수와 달리 사람과 세상에 대해 논할 줄 아는 가수였다. 그렇기에 고인의 노래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은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모르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삶이기에 하느님처럼 고인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애도했다.

신부는 고인의 노래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의 후렴구 가사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난 포기하지 않아요. 그래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회는 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를 인용하며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고 추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한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가 끝나고 오전 8시45분께 관이 운구 차량으로 옮겨졌다. 윤도현이 위패를 들고 넥스트 멤버들이 운구를 맡았다. 그 뒤로 고인의 부인 윤원희 씨와 자녀들, 동료 뮤지션들이 뒤따랐다.

운구를 마치자 윤씨는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안돼'라고 외치며 오열했다. 윤도현을 비롯해 참석한 뮤지션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쏟았다. 장례식장 벽에 기대 눈물을 쏟거나 이동하는 운구 차량에 손을 대고 흐느끼는 팬들도 많았다.

차량이 장례식장을 떠난 뒤에도 수많은 동료 가수들과 팬들은 한참 동안 멍하니 차량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발인식에 이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예정됐던 화장 절차는 고인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려는 취지로 중단됐다.

이승철 등 동료 뮤지션들은 화장장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에 부검을 요청했고 유족이 심사숙고 끝에 화장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족들은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으로 이동해 약식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고인의 시신은 부패 방지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돌아왔다. 부검 일정과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CA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부검 이후 화장 절차를 거쳐 유해와 위패, 영정 사진을 정식으로 모실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족 측은 이날 신씨의 장협착 수술을 집도한 서울 송파구의 모 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지난 28일 마련된 빈소에는 사흘간 1만6천여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찾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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