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일본)=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시나가와 히로시 감독의 직함은 많다. 먼저 일본 내 유명 코미디언이 첫 번째며 두 번째는 인기 작가, 그리고 영화감독이다. 1972년 생인 그는 다양한 끼와 재능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활약하는 일본 천재 종합 예술인 중 하나다. 그는 제1회 교토국제영화제에서 ‘삐뚤어질테다’을 비롯해 ‘슬랩스틱 브라더스’ ‘3인의 사기단: 진범을 찾아라’ 등 무려 세작품이나 소개하며 일본 영화계 샛별로서 위치를 공고히 했다.

시나가와 히로시 감독을 17일, 교토국제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는 교토시 가미교쿠 요코오미야초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2011년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장편 국제경쟁 NH 농협 관객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 관객에도 인기가 높은 그는 호탕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언 콤비 ‘시가나와 쇼지’로 활동 중인 만큼 인터뷰 역시 즐거웠다. 한때 위험천만한 불량학생에서 일본 영화 부흥을 이끌 뉴제네레이션으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하 시나가와 히로시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 1회를 맞은 교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소감은 어떤가.
=올해가 첫회이지만 교토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도시이자 역사가 깊은 전통도시다. 앞으로 좋은 영화제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토국제영화제에 상영 중인 작품들을 보면서 시대극을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코미디맨 출신으로 영화감독까지 성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주변에 재미있는 친구들(코미디언)이 많다. 그렇기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받는다. 한국에서는 코미디언 출신 감독에 대한 편견이 있는 듯 하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기타노 다케시 같은 경우에도 코미디언에서 감독이 됐다. 그의 작품을 보며 자랐고, 꿈을 키웠다. 지금은 그 꿈을 하나씩 펼쳐가는 중이다.

▲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평소에도 한국 작품에 관심이 있었나.
=한국영화들을 인상 깊게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영화제작 환경을 부럽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한달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에서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배우들이 캐릭터에 집중해 준다고 하더라. 또한 최근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의 할리우드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기관의 협조도 잘된다고 들었다. 감독으로서 부러운 부분이다. 최근에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를 봤는데 재미있었다. ‘베를린’ ‘올드보이’ ‘황해’ ‘추격자’가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감독 중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나홍진 감독을 좋아한다.

▲ 한국영화 산업이 급성장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은 드라마와 영화의 역할 구분이 잘되어 있다. 드라마에서는 잔혹한 장면이 잘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의 경우 잘돼있다. 드라마는 젊은 사람들의 연애담에 집중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고 흥행수입도 높은 것 같다.일본의 경우 좋은 영화들이 많기는 하나, 한국처럼 큰 돈을 들인 작품은 귀하다. 일본의 큰 영화를 한국식으로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일본 관객과 한국 관객의 차이를 느끼나.
=같은 아시아 사람들임에도 반응이 달랐다. 영화를 보면서 반응이 너무 달랐다. 한국사람들은 손뼉까지 치면서 웃더라. 감독으로서 기분이 좋았다. ‘슬랩스틱 브라더스’는 만담이 소재이자 주제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하지만 해외에서는 잘 모른다. 만담을 모르기 때문에 해외 팬들과 공감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단어로 웃기는 일본적 요소보다는 좀 더 글로벌한 코미디를 지향하려고 한다. 한국인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유럽이나 미국 관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작품 소재 중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영화를 연출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첫 작품 ‘삐뚤어질테다’는 내 이야기를 담았고, 두 번째 작품에서는 내 직업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다보니 연출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느꼈다. 신작인 ‘3인의 사기단: 진범을 찾아라’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상상으로 담았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최근 일본 영화계가 가라앉은 듯한 모양새다. 기대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쇼, 만화 등 대부분의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융성하고 있는데 유독 영화는 덩치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다양한 작품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2~3억엔(약 20~3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더라. 4억엔 이상의 영화를 만들려면 인기 만화나 소설, TV드라마 등을 원작으로 해야 가능하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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