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가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서태지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을 개최했다. (사진=서태지 컴퍼니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문화대통령’의 레임덕은 없었다. 5년 만에 팬들 앞에선 가수 서태지(42·본명 정현철)가 ‘급’이 다른 무대로 어느덧 쌀쌀해진 잠실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 역시 그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귀 기울이며 열광했다.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서태지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이 열렸다. 서태지의 단독 공연은 지난 2009년 전국 투어 ‘더 뫼비우스’ 이후 5년만이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공연 관객은 약 2만 5천명에 달했다.

핼러윈 콘셉트의 공연답게 괴기스러운 느낌의 좀비, 산타, 동화 속 요정 등 분장을 한 무리들이 공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오빠 우리 많이 컸지요?’ ‘서태지 한물갔다고? 아닌데에~’ ‘22년 동안 우리의 멘탈을 감금해 오신 감금의 아이콘 서태지’ 등 연륜과 재치가 플래카드가 공연장 안팎에 자리 잡았다. 여느 아이돌그룹의 콘서트와 달리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발라드로 편곡된 8집 앨범 타이틀곡 ‘모아이’로 공연의 포문을 연 서태지는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 8집 수록곡 ‘버뮤다 트라이앵글’을 차례로 불렀다. ‘소격동’은 가수 아이유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꾸몄다. 아이유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서태지의 미성이 조화를 이루며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소격동’을 완성했다.

연달아 네 곡을 부른 서태지는 마이크를 잡고 팬들을 지긋이 쳐다봤다. 관객석에서는 연신 ‘서태지’를 연호했다. 한참을 말을 못 이은 그의 첫 마디는 “너무 오랜만이죠?”였다. 그는 “5년 만에 여러분들 앞에 섰다. 많이 기다렸죠?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여러분을 보니까 좋다. 그냥 너무 좋다”고 말한 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그런데 왜 남탕이냐? 나 남자 싫어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태지는 “내가 너무 늦게 나왔다. 여러분에게 너무 미안해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곡을 준비했다. 이제 내 모든 걸, 수많은 사연들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 뒤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 ‘내 모든 것’을 열창했다.

9집 소개도 잊지 않았다. “이번 9집은 동화 콘셉트”라고 소개한 뒤 9집 수록곡인 ‘숲속의 파이터’ ‘잃어버린’ ‘프리즌브레이크’ 등을 선보였다. 특히 서태지가 ‘숲속의 파이터’를 부를 때는 소녀와 루돌프 썰매가 공연장 하늘 위를 가로질러 관중들에게 동심을 안겼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성시경이 리메이크한 ‘너에게’를 부르기 전에는 “20년 만에 ‘너에게’가 리메이크 돼서 다시 사랑을 받았다. 느낌이 새로웠다”며 “여러분들 생각도 많이 났다”며 ‘너에게’ 오리지널 버전을 불렀다.

1990년대 스타들을 소재로 한 신곡 ‘나인틴스 아이콘’을 부를 때는 아련한 느낌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5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며 “한물간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 들인다”고 말한 뒤 관중들에게 노래를 선사했다.

공연의 열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고조됐다. 래퍼 스윙스, 바스코와 함께한 ‘컴백홈’을 시작으로 ‘교실이데아’ ‘하여가’까지 서태지는 80m에 달하는 대형 무대를 끝에서 끝까지 쉼 없이 달렸다. 서태지 특유의 샤우팅은 더욱 커졌고 관중들 역시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고 머리를 흔들며 열정적인 그의 무대에 반응했다.

‘하여가’를 부르기 전 서태지는 “5년 동안 기다리게 한만큼 앞으로 멋진 공연을 자주 보여주겠다. 기대해 달라”고 관객들에게 향후 진행될 전국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앙코르곡 ‘테이크5’를 끝으로 무대는 마무리됐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공연의 핵심은 사운드였다.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이 직접 디자인을 맡고 총 130대의 메인 스피커를 사용한 공연답게 무대 먼 자리에서도 또렷한 보커로가 악기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팀 버튼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거대한 성을 연상시키는 무대 역시 눈길을 끌었다. 핼러윈의 심볼인 거대한 잭 오 랜턴(jack-o'-lantern·속을 파서 도깨비 얼굴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안에 촛불을 켜 놓은 호박) 구조물은 압도적인 느낌을 선사했고,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지팡이 모양 캔디 캐인과 눈 결정체, 붉은 지붕 등은 한 편의 동화 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서태지는 20일 5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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