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극본 박유미·연출 유학찬)에서 '44사이즈 먹방녀' 마세영을 연기한 배우 경수진. (사진=권영민 인턴기자 multimedai@hankooki.com)
웃을 때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와 반달모양의 눈웃음이 매력적이다.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답게 청순한 외모가 눈에 띈다. '먹방녀'를 연기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녀린 몸매 역시 돋보인다. 배우 경수진(27)이다.

경수진이 달라졌다. 그는 지난 1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극본 박유미·연출 유학찬)에서 털털한 매력이 돋보이는 마세영을 연기했다. 마세영은 먹을 것 앞에서는 이성을 잃는다. 삼시 세끼 밥심으로 하루를 버티는 일명 '삼식이'다. 내숭은 찾아볼 수 없다. 입 안 가득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입 양 옆으로는 소스가 범벅이다. 여러 작품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그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마세영과 저는 거의 90%가 일치할 정도로 비슷해요. 굳이 그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됐죠. 저는 세영이처럼 먹는 것을 좋아하고 털털하고 애교도 많은 편이에요. 저와 닮은 캐릭터는 처음 만나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첫 회에서 경수진은 제대로 포식했다. 왕돈가스를 시작으로 햄버거, 꼬치, 피자, 케이크,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을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눈길을 끄는 설정은 마세영은 아무리 먹어도 몸매는 늘 44사이즈를 유지한다는 것. 경수진의 고민이 커진 부분이다.

"부담이 컸어요. '은희'가 끝나고 살이 좀 쪘는데 1회에서 설정과는 어긋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았죠. 세영이가 돈가스를 먹으면서 '내가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가면 사람들이 놀랄 거다. 이렇게 먹어도 44사이즈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민망할 정도였어요. (웃음) 안 되겠다 싶었죠. 식이조절도 하고 피티도 받고 열심히 다이어트 했답니다."

'아홉수 소년'은 올해 9세, 19세, 29세, 39세를 맞은 아홉수 남자들의 운수 사나운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첫 회부터 네 커플 중 단 한 커플만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해 눈길을 모았다. 마지막 웃었던 커플은 바로 29세 강진구(김영광)와 마세영이었다.

"어떤 커플이 잘 될지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지 않으셨어요. 낌새를 채지 못했어요. 그냥 (김)영광이랑 '우리가 되지 않을까?' 이 정도만 말한 정도였죠. 강진구-마세영 커플이 이뤄졌을 때 정말 좋았어요. 진구랑 세영이가 워낙 잘 어울려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도 연기할 때만큼은 영광이를 연인처럼 대했고 서슴없이 애정신도 펼쳤죠.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강진구-마세영 커플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 강진구는 같은 여행사 직원 마세영을 짝사랑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에게 호감을 내보인 강진구가 다른 여성과 차안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 받은 기억이 있는 마세영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구는 자신의 진심을 내보였고, 마세영 역시 마음을 열었다.

"세영이 같은 경험은 없었어요. 그런데 내 얘기라고 하면 화가 났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사람한테 껄떡대는 모습을 보면 세영이처럼 슬프고 화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나중에 진구가 세영에게 진정성을 보여줬잖아요. 만약 제 상황이었다면 저도 세영이처럼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비주얼 커플'이라 불렸다. 김영광과 경수진의 키는 각각 187cm, 164cm다. 많은 여성들이 이상적인 남녀 키 차이라고 생각하는 23cm 차이. 연인이 된 두 사람이 큰 키 차이를 이용해 펼치는 로맨스 장면들은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주얼 커플이요? 둘이어서 가능했던 수식어 같아요. 영광이가 어깨가 있어서, 제가 조금이나 사랑스럽게 보였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작았기 때문에 영광이도 멋있는 남자로 보일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웃음)"

실제 유학찬 PD는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그는 김영광에 대해 "촬영장에서 티격태격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며 "그래서 연기할 때 편했다. 굳이 리허설로 안 맞춰도 감독님이 알아서 하라고 말할 정도로 호흡은 남달랐다"고 전했다.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2012) '상어'(2013) '은희'(2013) 등을 통해 청순가련한 인물을 맡았던 그는 지난 5월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의 다미 역을 통해 당차고 활달한 면모를 드러냈다. 안판석 PD가 그의 가능성을 엿본 것.

"안판석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저의 다른 모습을 봐주셨던 분이거든요. 그 때문에 '아홉수 소년'도 찍을 수 있게 됐어요. 유학찬 감독님이 제가 '밀회'에서 우는 장면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캐스팅한 결정적 계기라고 들었어요. '밀회'는 정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연기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지게 됐죠."

그는 욕심이 많다. 하고 싶은 역할을 물어보는 질문에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배우로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경수진의 매력을 보이고 싶은 것이 목표다.

"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마의'에서 강빈 역할을 한 적 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로 사극 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어요. 액션도 하고 싶고, 멜로도 보여드리고 싶죠. 다양한 역할로 시청자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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