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박스 마스터에서 래퍼로 변신 디지
지난 여름의 추억 담긴 랩음악 ‘Vacay’ 공개
솔직한 음악이 힙합, 거짓말은 한계있어

사진=한국아이닷컴 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힙합이요? 비트박스건 랩이건 자기가 하는 음악에 솔직해야 합니다. 뱉은 말에 책임질 수 있어야 진짜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은 장사죠. 돈 같은 것에 정신 팔리는 것은 랩 음악에 위배됩니다. 제가 느낀 것, 본 것을 위해 음악을 하죠. 거짓말은 싫어요. 진짜 솔직한 음악이 바로 힙합입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비트 박스 하나로 세계 최정상에 섰던 디지(DG본명 김동규)가 랩 음악 정규 1집 '오버컴'(Overcome)에 이어 지난 7일 싱글 ‘Vacay’를 내놓았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지인들과 함께 보냈던 휴가를 생각하며 썼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에 웬 여름 음악이냐고? 솔직함을 담아내야 했기에 지금 발표했다.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이라면 그의 말에 귀기울여보라.

“지난 여름은 뜨거웠습니다. 계곡 가는 걸 워낙 좋아해서 올해도 지인들과 다이빙하고, 근처에서 술 마시고 삼겹살 먹으며 보냈죠. 그때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시원한 계곡과 숲의 푸름, 이끼 낀 바위와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도 좋았죠. 사실 ‘Vacay’는 여름 곡인 만큼 조금은 서둘러야 했던 것이 맞죠. 하지만 내용을 천천히 들어보시면 지난 여름을 회상하고 있어요. 어쩌면 휴가철이 지난 후의 감정이 담겼죠. 지금 이 곡을 공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놔두기엔 아까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을 저 역시 그리워하고 있거든요.”

음악은 계절을 가리지도, 퇴색하지 않는다. 트렌드에 치우치지 않은, 자기 안에 있는 ‘진짜’를 꺼내놓은 음악은 생명이 질기다. 디지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있었다. 여름을 함께 보냈던 띠동갑 동생 Sik-K와 함께했기에 이번 ‘Vacay’는 더 의미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했기에 추억이 더 새록새록 돋는다.

“왜 친하게 지내고 인지도도 높은 빈지노나 Dok2와 작업하지 않았냐고요? 그들과도 수 없이 작업해왔죠. 하지만 올해 저에게 큰 인상을 준 이는 Sik-K였어요. 콜라보레이션이라는게 하자고 해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대화도 많아야 하고, 같은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야 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곡들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흥적이지만 현장감이 있죠.”

비트박스 마스터에서 랩 음악으로 무대를 옮겼으나 적응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 래퍼 디지는 비트박스에서 랩 음악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때는 비트박서로서 색깔을 완전히 지우고 싶었으나 이제는 ‘래퍼’ 디지의 장점이 됐다. 누구보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래퍼가 바로 디지다.

“랩 음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해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 리듬을 타는 것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요. 비트박스도 좋은 리듬을 위해 연구하지만 랩 역시 좋은 플로를 위해 노력하죠. 비트박스는 여러모로 저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비트박서 이미지를 깨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습니다. 래퍼로서 음악을 쌓다보면 ‘비트박스디지’대신 ‘래퍼 디지’가 더 입에 붙으실 거예요. 랩을 하다보니 비트박스 실력도 느는 걸 느낍니다. 저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디지일 뿐이죠.”

현재 디지는 두 번째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다. 먼저 공개된 ‘Vacay’는 일종의 워밍업. 현재 40% 정도 완성됐단다. 곡작업이 왜 이렇게 늦어지냐고 물으니 “제가 신나야 작업이 됩니다. 흥이 나지 않으면 제가 그만둬요”라며 웃는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다. 음악을 짜내는 작업만큼 고역인 것은 없다는 그다.

“음악, 특히 랩 음악은 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지인들과 어울려 즐기면서 음악에 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죠. 신나게 놀다가도 뭔가 떠오르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해요. 크루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서로서로에게 큰 영향을 받거든요.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집니다. ‘친구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죠.”(웃음)

쌈디, 이센스, 빈지노, Dok2… 디지가 몸 담고 있는 크루에서 배출된 랩 스타들이다. 디지는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힙합’을 외쳤다. 크루들의 성공이 배아프진 않았을까. 디지의 대답은 단호한 “NO”다.

“그들이 성공했기에, 유명세를 얻었기에 배아프지 않느냐는 말은 정말 말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의 성공에 박수치고 응원합니다. 그들이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왔는지 알고 있는 만큼 성공은 당연하다고 봐요. 저보다 더 오래 랩음악을 해왔는데 제가 어찌 세월을 뛰어넘나요.(웃음) 저요? 저는 그저 제 시간을 살며 솔직한 음악을 할 뿐입니다. 급하게 올라가려다 보면 슬럼프도 오고, 혼란도 겪죠. 솔직하면 된다고 봐요. 자극적인 음악을 만들어서 잘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거짓말은 한계가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 아이템은 한정적인데다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죠. 하지만 솔직한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걸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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