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The Judge)
★★★

사진=판사 스틸
판에 박은 법정드라마이자 뜻밖의 사건으로 소원했던 부자가 화해하는 가족드라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로버트 듀발이라는 두 거물급 배우의 작품치곤 상투적이다. 상영시간도 쓸데 없이 긴 140여분으로 뻔한 결말을 가져오기까지 괜히 얘기를 질질 끌고간다.

올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으로 기대가 컸던 영화로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는 볼 만하나 이런 내용의 영화가 지닌 온갖 구태의연한 요소는 다 갖다 쑤셔넣은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천편일률적인 드라마여서 식상한 감이 있다.

시카고의 변호사 행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돈 많고 유죄’인 의뢰인만 맡는 잘 나가는 변호사. 행크는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는데 이와 함께 인디애나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에는 수십년간 동네판사로 지내 모두들 ‘판사’라 부르는 행크의 아버지 조셉(로버트 듀발)과 한때 프로야구 유망주였으나 꿈이 무산된 형 글렌(빈센트 도노프리오), 지적장애인 동생 데일(제레미 스트롱)이 살고 있다. 그런데 행크와 독선적이자 권력형인 조셉과는 앙숙지간.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모이면서 이런 영화가 잘 써먹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가족문제들이 나열된다. 후회와 회한과 갈등과 애증의 편린들이 옷장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얘기가 많다.

그리고 행크는 동네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고교시절 애인 새만사(베라 파미가)를 만나 옛정을 되살리는데 새만사가 마치 옛날에 못 이룬 사랑의 결실을 이제사 맺어보겠다는 듯이 적극적이다. 20여년은 헤어졌다 만나는 둘이 금방 옛사랑을 재점화한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이야기는 아내의 장례를 치른 조셉이 28년 만에 처음 마신 술이 취한 상태에서 사람을 차로 치어죽인 혐의로 기소되면서 가족 이야기가 법정드라마로 변전한다. 조셉의 차에 치어 죽은 사람은 조셉이 과거 20년형을 선고한 동네 쓰레기 같은 인간. 그런데 과연 조셉은 이 사람을 고의로 치어죽였는가 아니면 실수였는가. 그런데 조셉은 사고에 대해 전연 기억을 못한다.

조셉을 기소한 검사는 베테런 드와잇(빌리밥 손턴)이고 변호사는 신출내기 C.P.(댁스 쉐파드). 그래서 행크가 마지못해 C.P를 도와 아버지 변호에 나선다. 듀발과 다우니 주니어가 부자간의 치열한 갈등 끝의 화해를 이루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열한 감정적이자 극적인 연기를 가슴 뭉클하니 보여준다. 그러나 얘기가 사전에 그어놓은 줄을 따라가듯이 너무 작위적이고 또 잘 깍은 잔디처럼 매끄러워 실감이 안난다. 데이빗 다브킨 감독.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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