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마의 정원' 주인공 서윤주역…"미니시리즈 세편 찍은 느낌"

"일일극 한편을 끝낸 것인데 미니시리즈 세 편 정도는 찍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체력에서는 안 빠지는데 이번에는 초반에 쓰러지기까지 했으니까요.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그려보긴 처음입니다."

정유미(30)는 다시 생각해도 '파란만장했다'는 듯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말 그대로였다.

지난 18일 시청률 15.1%로 종영한 MBC TV 일일극 '엄마의 정원'의 주인공 서윤주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았다.

낳고는 버린 친엄마, 길러주긴 했지만 정이 없었던 새엄마, 결국은 자신을 이혼으로 내몬 악덕 시엄마 등 세 엄마에 둘러싸인 서윤주의 인생은 복잡했다. 불임으로 판정되자 대리모까지 거론되는 수모를 겪었고, 우여곡절 끝 이혼한 전 남편과 재결합한 후에는 입양을 선택한다.

서윤주를 연기한 정유미는 22일 "지금까지 그래도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역할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웃었다.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한 작품 안에서 했다. 그런데 모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라 이해하고 납득하며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몸도 힘들었지만 고민을 많이 하느라 체력소모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출생의 비밀이 나오고 악덕 시엄마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요소를 갖춘 '엄마의 정원'은 서윤주가 구박을 받을수록, 고통을 받을수록 시청률이 상승했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정유미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제 엄마와 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서 대본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가만히 생각하면 낳아준 엄마, 키워준 엄마 다 고마울 것 같아요. 또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크니까 엄마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느낌으로 우리 드라마에 접근했어요."

그는 호흡을 맞춘 선배 연기자 고두심, 나영희, 김창숙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선배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나영희 엄마와는 '옥탑방 왕세자' 때 모녀간으로 호흡을 맞춘 후 이번이 두 번째라 많이 친해졌어요. 정말 편하게 대해주세요. 고두심 엄마는 존경하게 됐어요. 카메라가 절 잡을 때도 상대역으로서 본인 부분을 연기할 때보다 더 감정을 잘 잡아주셨어요. 인간적으로도 배운 게 정말 많고요. 어떻게 나이가 들어야하는지 고두심 엄마를 보며 느꼈어요. 시엄마를 연기한 김창숙 엄마와는 연기적으로 제일 강도 높게 부딪쳐서 그런지 가장 많이 가까워졌어요. 촬영 끝나니까 '우리 이제 즐겁게 살자'고 하시며 와인 사주신다며 놀러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서윤주가 겪은 모진 시집살이는 미혼녀들에게 결혼에 대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김창숙이 연기한 시엄마는 한번에 대사가 8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독한 말들을 '풍성'하게 며느리에게 퍼부어댔고 결국 아들 부부를 이혼에 이르게 했다.

정유미는 "아직 때가 안돼서 그런지 평소에도 결혼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번 드라마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관심이 더 없어졌다"며 웃었다.

"재미있는 게 저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생각마저 없어졌는데 일일극에 출연하고, 작품이 인기를 얻다보니 이 드라마를 하면서 저희 엄마를 통해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연락이 많이 왔어요.(웃음) 확실히 어른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에 출연하니 피드백이 다르더라고요."

연예계에는 두 명의 배우 정유미가 있다. '다른 정유미'는 현재 KBS 2TV 월화극 '연애의 발견'에 출연 중이다. 둘 다 나란히 2004년에 데뷔했고 나이도 한살 차이로 비슷하다. 자연히 여러 면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캐스팅, 광고 섭외, 기사 등 연락이 잘못 오거나 오류가 종종 생겨요. 심지어 어떤 기사는 우리 두 사람의 사진을 혼용하면서 '얼굴이 자꾸 바뀐다'고 하기도 했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우리 둘다 잘 해나가고 있는 게 고맙게 느껴져요. 이름을 바꿔볼까도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일이 생겨 못 바꿨는데 결국은 제 본명이 저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두 사람의 정유미가 있어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기회가 되면 그분하고 함께 토크쇼에 나가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정유미는 "'엄마의 정원'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어려운 역할을 해냈다는 기쁨도 크다"면서 "조금만 쉬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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