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멤버들과 벗어나 타 그룹과 팀 결성 ‘신선한 조합’ 재구성
더 발랄하고 더 섹시하게 다재다능한 끼 발산… ‘음원차트 초강세’
공백기 줄고 새수익 모델 창출… 글로벌 시장 공략 맞춤식 전략도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던 아이돌이 유닛 활동이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멤버 중 일부 멤버의 음악 활동을 지칭하는 유닛은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통해 최근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그룹 내에서 멤버를 구성하던 것에서 벗어나 타 그룹의 멤버와의 결성을 통해 신선한 조합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음악시장 역시 풍성해지고 있다.

▲ 아이돌 헤쳐 모여!

현재 음악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은 유닛이다.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의 두 번째 미니앨범 ‘할라’(Hollar)를 비롯해 제국의 아이들과 나인뮤지스의 혼성 유닛 네스티네스티(케빈 경리 소진), 스피카의 유닛 스피카S(박주현 양지원 박나래 김보형)도 지난 9월 11일 케이블 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첫 무대를 공개했다.

반응은 뜨겁다. 태티서의 ‘할라’ 수록곡들은 16일 발매되자마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차트 상위권에 속속 진입했다. 소녀시대 멤버로 구성됐지만 원 그룹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승부, 팬들에게 신선함을 주는데 성공한 것. 제국의 아이들과 나인뮤지스로 구성된 네스티네스티 역시 마찬가지다. 곡 ‘노크’(KNOCK)를 통해 섹시한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음악방송을 뜨겁게 했다.

유닛의 등장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유닛’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활용해온 SM엔터테인먼트는 먼저 소개된 태티서(소녀시대)를 비롯해 슈퍼주니어-M(슈퍼주니어) 등이 성공했으며, 지난해는 두 유닛으로 구성된 엑소를 발표,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리고 그룹 빅뱅의 유닛 GD&TOP를 비롯해 대표 혼성 유닛 트러블메이커(장현승 현아), 애프터스쿨보다 더 인기 있는 유닛 오렌지캬라멜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또 원그룹에 섹시한 매력까지 더해준 유닛 씨스타19(효린 보라)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 더 신선하게! 퓨전 유닛 늘어

그룹 멤버들 중 일부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유닛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첫 번째 카드는 타 그룹 멤버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인피니트가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흡수, 합병한 뒤 샤이니의 키와 인피니트 우현을 조합해 투하트라는 유닛을 탄생시켰다. 올 초 앨범 ‘더 퍼스트 미니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샤이니와 인피니트의 매력을 합쳐 양 팬덤으로부터 모두 지지를 받았다. SM으로의 합병을 우려했던 인피니트 팬덤도, 경쟁그룹으로 꼽혔던 인피니트의 영입을 꺼려했던 샤이니 팬들도 하나가 돼 ‘투하트’를 외쳤다. ‘이질적인 것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퓨전 개념에 가장 잘 들어맞았다.

대중음악계에 혼성그룹이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닛 활동도 늘어나는 추세다. 혼성 유닛의 대표 주자는 역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트러블메이커다. 보이그룹 비스트의 장현승과 포미닛의 현아로 구성된 이들은 섹시함을 무기로 ‘트러블 메이커’ ‘내일은 없어’ 등을 연속 히트시켰다. 최근에는 유사 콘셉트의 네스티네스티가 등장해 이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등 앞으로 혼성 유닛 등장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 따로? 또 같이!

최근 대형음반기획사에서 유닛 활동을 선호하는 것은 최근 아이돌계의 활동 변화와 맞물린다. 다재다능한 끼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의 틀에서 벗어나 연기와 MC,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아이돌 가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반작용으로서 유닛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다른 멤버가 개인 활동에 주력하는 사이 다른 멤버는 유닛 활동으로 아티스트로 색깔을 살리는 1석 2조다.

멤버가 많은 소녀시대의 태티서의 경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다. 올 초 ‘미스터미스터’ 활동을 마친 후 태티서는 월드 투어 중 유닛 활동을 준비했다. 멤버 서현은 직접 작사한 곡 ‘온리 유’를 공개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이를 통해 태티서 세 멤버는 소녀시대 중 가장 음악색이 강해졌다. 그 사이 팀멤버 윤아는 연기, 수영은 MC, 써니는 예능 활동에 집중하는 등 개인 활동에 돌입했다. 하나의 소녀시대로 막강한 팀 브랜드를 자랑한 뒤, 멤버별 주력분야로 흩어져 다시 역량을 자랑한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이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다.

또 그룹 활동 당시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던 멤버가 유닛 활동으로 존재감을 발하기도 한다. 포미닛의 유닛 투윤(전지윤 허가윤)은 2013년 첫번째 미니앨범 ‘하베스트 문’(Harvest Moon)을 통해 매력을 발산했다. 인피니트 장동우, 호야로 구성된 인피니트H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 유닛, 아이돌의 새로운 수익 모델

유닛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그룹 활동 공백기도 줄인다. 활발한 활동을 벌인 아이돌 그룹은 이후 일정기간 휴식기를 가진다. 이 기간 동안 멤버들은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준비를 서두른다. 하지만 최근 음악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이 투자되면서 공백기는 길어지는 추세. 길게는 1년에서 6개월 정도다. 하지만 유닛 활동은 이러한 공백을 최소화 해줄 뿐만 아니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원 소속 그룹보다 덜하다. 팬들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스타의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어 환영하는 추세다.

줄어드는 공백기는 곧 수익이다.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유닛 음원은 새로운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또 멤버수가 줄어듦으로써 지방 행사 활동 영역도 넓어지며 경비 절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멤버 수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그만큼 진행비도 줄었다. 하지만 기존 팬덤은 그대로 흡수했기에 활동으로 인한 수익 효율성이 좋은 편”이라며 “활동 공백도 줄이고 아티스트의 음악색도 넓어진다. 유닛 활동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새로운 음악 색깔을 시도할 수 있어 다음 앨범에 대한 프로토타입 역할을 하기도 한다. GD&TOP은 ‘빅뱅’이라는 색에 가려져 있던 지드래곤과 탑의 음악적 색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 준 케이스다. 또 오렌지캬라멜은 퍼포먼스 걸그룹인 애프터스쿨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다.

▲ 글로벌 전략 맞춘다

해외활동에 맞춰 데뷔부터 유닛으로 구성된 케이스도 있다. 한류 붐을 타고 K-POP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은 해외와 국내에 맞춘 아이돌그룹을 기획한다. 중국 시장에 맞춘 엑소-M(루한 시우민 첸 타오 레이)과 국내 활동 중인 엑소-K(디오 카이 수호 찬열, 세훈 백현)로 구성된 신성 엑소가 주인공이다.

중국 시장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주니어의 중국 활동 유닛인 슈퍼주니어-M(시원 려욱 규현 동해 헨리 조미 은혁 성민)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엑소 기획에 나섰다. 중국인 멤버 루한, 레이, 타오 등을 주축으로 한 엑소-M은 지난해 발표한 곡 ‘으르렁’의 히트를 기반으로 현재 중국에서 톱스타 대우를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발표한 곡 ‘중독’은 한중 양국의 음악방송에서 1위에 오르며 유닛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중문화차이에서 오는 격차를 유닛으로 줄이고 완전체 활동으로 쐐기를 박는 전략이 통했다.

유닛을 이용한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어권 시장 공략이 성공을 거두자 이를 ‘팔로우’하려는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YG 큐브 FNC 등이 중국어권 시장의 지사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양국의 음악시장을 노리는 기획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단순 외국인 멤버 영입에서 발전해 유닛을 활용한 영역 확장이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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