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 열려
독과점 문제 지적
영비법 개정으로 수직계열화 해소해야
영화 생태계 다양성 확보 시급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설훈, 국회의원 도종환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한국영화시장 독과점 현황과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9월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영화시장의 독과점 현황과 폐해를 살펴보고 독과점 극복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설훈 의원은 "한국영화 산업구조가 가진 모순점이 우수한 한국영화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애물을 거둬주는 것이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작이다"며 토론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이은 회장은 "자국시장은 50% 넘는 호황을 이루고 있지만, 시장의 95%는 4대 메이저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며 "독점 시장을 깨고 배급·상영이 분리되는 날까지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영화평론가 김영진 교수(명지대)는 "한국 영화 산업 내 독과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산업 내 문제는 계속 제기되었으나, 해결되지 않고 점점 심화되고 있었고 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는 자리이다"고 포문을 열었다.

▲ 한국영화산업 독과점 유통구조 변화 필요

첫 발제를 맡은 백일 교수(울산과학대)는 "한국영화산업구조는 극장소비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심각하다"며 "지난 2012년 총 70편이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23편에 해당하고 모두 독과점 구조 하에 개봉된 영화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매출 1.5조원 중 '명량'의 1,300억원의 매출은 10%에 해당된다"며 "한국영화 시장은 현재 독과점 구조에 편입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형태"라며 분석했다. 독과점 구조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배급ㆍ상영 분리 및 독립배급사 지원 확대, 영화발전기금 증대, 극장ㆍ배급 간 수익 부율 조정, 모태펀드 대기업 참가 제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 파라마운트 판례는 여전히 유효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할리우드에서 배급ㆍ상영 겸업을 금지한 1948년 미국 파라마운트 판례에 대해 설명하며 "판결의 핵심은 스튜디오가 극장을 매각하라는 것으로 현재까지도 미국 법무부의 파라마운트 판결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한 박경신 소장은 "근래 미국은 경쟁상황은 HHI 지수가 1,000대이며 완전 경쟁 상태로 파라마운트 판결이 있었기에 독과점이 해소된 것에 집중해야한다"며 "미국에서 한국처럼 HHI 지수가 4,000 이상이 나타나면 기업 분할 등 강제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비법 개정으로 수직계열화 해소

세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최용배 대표는 대기업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산업에 대해 "현재 한국영화계는 자사 밀어주기, 극장 중심의 스크린 독과점, 무료초대권 발권, 극장 내 광고비, VPF 비용 전가 등의 문제로 심각하다"며 "이는 모두 수직계열화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최용배 부회장은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해소의 해결방안으로 "영비법 개정만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대기업이 영화상영업자인 경우 영화 배급업을 할 수 없게 하는 조항과 복합상영관에서는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상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대기업 중심의 영화 시장 개선되어야

토론자로 참석한 메인타이틀픽쳐스의 이창언 대표는 "'명량'의 최고 스코어는 최대 단기간에 이뤄졌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만큼 다른 영화들의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극장, 외국 직배사의 힘이 남용되는 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윤 감독은 "'또 하나의 약속'을 개봉할 당시 대기업의 선택에 따라 영화가 생사가 결정되는 현실을 경험했다"며 "대기업 중심의 구조 개선과 창작자의 저작권이 투자사에게 있는 불합리한 구조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독과점 해결 뿐 아니라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뜻을 모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순일 사무관은 "문화부는 영화계에 대해 산업 발전과 다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불공정한 사례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명지대 김영진 교수(영화평론가,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울산과학대 유통경영과 백일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용배 부회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감독, 메인타이틀픽쳐스 이창언 대표, 조용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순일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이순일 사무관이 참석했고 영화인 5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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