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의 마지막 사랑'
(The Last of Robin Hood)
★★★

로빈후드의 마지막 사랑
천하의 바람둥이이자 할리우드 황금기의 미남 슈퍼스타 에롤 플린과 열다섯살 단역배우 베벌리 애들랜드의 로맨스를 그린 전기 애정드라마다. 영화 '로빈 후드의 모험'으로 슈퍼스타로 등극한 플린의 충격적인 과거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있으나 각본이 허약해 영화가 대체적으로 심심하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좀 더 자극적이고 야한 태블로이드 신문식으로 다루었더라면 좋았을 듯하다. 신랄한 맛이 모자라고 희대의 스캔들을 너무 온순하게 다뤄 나른하다. 공동연출을 맡은 리처드 글래처와 워시 웨스트모얼랜드 감독은 플린을 매우 동정적으로 묘사하면서 관객들에게 그의 편을 들라는 식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과거 할리우드의 실상과 이면을 들여다 본다는 점과 함께 플린을 판에 박듯이 닮은 케빈 클라인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즐길 만하다.

영화는 베벌리의 허영과 명성에 눈이 먼 어머니 플로렌스의 딸에 관한 전기 '빅 러브'와 베벌리의 고교 동창생으로 플린의 조수였던 로니 쉐들로(맷 케인)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오디션 차 영화사에 온 15세난 베벌리(다코타 패닝)를 보고 반한 플린은 베벌리를 유혹해 대뜸 섹스를 한다. 플린은 이 때 세 번째 아내가 있었다. 한편 베벌리는 할리우드에서 이런 일은 당연지사로 여기고 일회행사라 치부하는데 플린이 베벌리를 찾아와 "나는 너를 진실로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이런 둘 사이에 개입하는 사람이 전직 댄서로 의족을 한 베벌리의 어머니 플로렌스(수전 서랜던). 플로렌스는 베벌리를 스타로 만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래서 미성년자인 딸의 나이도 속이고 플린과 딸의 관계를 말린다기 보다 오히려 부추긴다.

뒤늦게 베벌리가 미성년자인 것을 안 플린은 베벌리와 동행 때 플로렌스를 따라 붙게 시켜 세상의 눈을 속인다. 그리고 플로렌스는 딸 덕택에 할리우드의 호사를 공짜로 즐긴다.

1959년 플린이 심장마비로 50세로 사망하기 2년전부터 시작한 영화는 2년간의 플린과 베벌리의 관계를 에피소드식으로 그리고 있다. 스타가 되려고 에를 쓰는 베벌리를 위해 플린은 스탠리 쿠브릭을 만나 '롤리타'에 자신과 베벌리를 써달라고 부탁을 하나 거절당한다. 또 플린은 자비로 쿠바에서 베벌리를 주연으로 싸구려 영화 '쿠바의 여전사들'을 만들기까지 한다.

깜짝 놀랄만큼 플린을 닮은 클라인이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데 패닝은 다소 모자란다. 역시 '롤리타'에 나온 수 라이언의 순진하면서도 섹시한 모습과 연기를 참고했는지 모르겠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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