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신의 손'에서 여주인공 미나 역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의 여파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푸른소금'(2001),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2012) 등을 통해 꾸준히 변신을 시도했지만 순수함과 우울함을 겸비한 이미지는 배우 신세경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우울하게 생겼네'라는 인터넷 댓글에는 이제 상처조차 받지 않을 정도가 됐다.

신세경이 이번에는 작심하고 변신했다.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타짜: 신의 손'을 통해서다. "살아온 환경이 기구하고 슬프지만 비굴하지 않게 당당한 삶을 사는 허미나라는 캐릭터에 매료됐기"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허미나 역을 맡겠다고 손들었다. 사랑하는 남자 대길에게 "나는 더러운 여자야"라며 지나온 세월을 풀어놓으면서도 대뜸 "키스할까"라고 말하는 엉뚱함과 용기가 마음에 들었다.

신세경은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동적이지 않고 멋있는 미나가 좋았다"며 "미나는 지금까지 내가 한 역할 중 나랑 가장 많이 닮았으면서도 내가 바라는 여성의 느낌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했다.

'타짜: 신의 손'은 8년 전 개봉해 히트를 친 영화 '타짜'(2006)의 후속편이다. 전편의 주인공 고니의 조카 대길(최승현)이 도박판에서 '타짜'로 활동하며 벌어지는 '사연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 사연에 살을 더하며 결국에는 대길을 바른길로 이끄는 이가 신세경이 맡은 허미나다. 오빠 때문에 암흑가에 팔려 도박장을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어린 시절 잠깐 스치듯이 만났던 대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제안을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노출장면이 있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을 좋아하는데다가 '신의 손'이라는 이야기에서 허미나를 연기할 수 있는 건 두 번 없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신세경은 영화 막판 누드를 선보인다. 높은 수위의 누드는 아니지만 순수한 20대 여인의 이미지가 강한 그로서는 이번 역할이 일종의 도전이라 할 만하다. 그도 출연 전에는 "작정 같은 게 필요했다"고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한번 하기로 했으니 기쁜 마음으로 촬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노출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동전 뒤집듯이 정말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고, '별거'일 수도 있어요. 저도 어제 기분이 다르고 오늘 기분이 다르기도 해요. 그래도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노출의 여부보단 캐릭터의 매력에 끌린 건 사실이에요."

그는 '타짜' 시리즈를 통해 노출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김혜수와 상통하기도 한다. 그는 "제가 어떻게 감히~"라는 말로 비교되는 걸 거부하면서 "'신의 손'과 '타짜'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다. 둘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세경은 주변에서 "이제 좀 밝은 역할 좀 맡아"라는 주문을 꽤 듣는다고 한다.

"저만 잘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성장해야죠."

그는 고스톱을 치면서도 "나쁜 패가 들어올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패도 들어온다. 어떤 일에 너무 기뻐도 너무 슬퍼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교만해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했다.

또 연기를 하면서 "아무리 원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에 많아서,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며 "역할의 스펙트럼을 넓혀 많은 분께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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