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데뷔작 '해무'서 막내 동식 역 맡아 열연
연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동식의 순수한 사랑에 힐링해
매작품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다

박유천.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기자]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영화 '해무'(감독 심승보, 제작 해무)의 개봉일인 지난 13일 만난 박유천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말 그대로 '상남자'였다. 또한 연기를 부업 정도로 생각하는 다른 '아이돌 가수'와 달리 연기에 접근하는 자세가 진중한 '배우'였다.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고 '해무'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스크린 데뷔작 '해무'의 개봉을 앞두고 60여개 매체와의 1대1 인터뷰 대장정을 마쳐가는 그는 다소 지쳐있었다.

"영화 홍보를 하는 게 처음인데 이미 내 안에서는 '해무'가 극장상영이 끝나 극장에서 내려간 거 같은 기분이이에요. 오늘이 개봉일인데 이미 내 안에서는 이미 '해무'가 떠난 거 같아요. 한 달 넘는 홍보 과정 중에 계속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니까 모든 감정을 털게 되더라고요. 지난 1월에 개봉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예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 관객들의 평가를 겸허히 기다려야죠. 흥행이요? 그보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열정과 고민이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큰 욕심 없고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좋겠어요."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유천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아비규환으로 변한 뱃속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은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았다.

동식은 한국으로 간 오빠를 찾기 위해 밀항선에 몸을 실은 중국 동포 홍매(한예린)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동명 연극을 영화화했기에 리얼리티보다 문학적 향기가 풍긴다. 동식의 순수함은 홍매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결정을 하게 만든다. 동식은 도대체 홍매를 언제부터 사랑하게 될 걸까.

박유천.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 거 같아요. 가끔 실제로 누굴 좋아할 때 차근차근 과정을 밟는 게 아니라 느낌이 팍 올 때가 있잖아요? 아마 동식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물에 빠진 홍매를 구하고 나서 호감을 갖게 된 후 젊은 남녀가 기관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있다 보니 불타오르게 된 거 같아요. 저에게 동식처럼 연인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느냐 물으면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라고 말 못하겠어요. 굉장한 고민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만큼 동식이 대단한 남자인 거 같아요. 그처럼 순수하게 사랑하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에요. 동식을 연기하면서 그의 순수함에 내 자신이 힐링되는 느낌이었어요."

박유천은 '해무' 촬영장에서 김윤석 김상호 이희준 문성근 유승목 등 대선배들과 4개월 넘게 연기호흡을 맞추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바닷가 흔들리는 배안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 깨고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 탓에 체중도 많이 늘어 영화 첫 장면 뒷모습을 보면 못 알아볼 정도로 진짜 '뱃사람'이 돼있었다.

"술은 거의 매일 먹었어요. 분위기가 좋으면 다 같이 마시고 안 좋으면 선배님들끼리 드셨어요. 저도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마른 것보다 통통한 게 좋다고 하셔서 마음 놓고 먹고 마셨던 거 같아요. 그 살이 아직도 다 안 빠져 문제지만.(웃음) 사실 저는 평소 외모에 대한 고민은 전혀 안해요. 살다보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예쁘지 않게 나올 수 있죠. 뭐. 보여지는 직업이기에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예요. 그러나 나이가 드니 좀 신경은 쓰게 돼요. 안 가던 피부과도 요즘 가기 시작했어요. 머리만 안 빠졌으면 좋겠어요.(웃음)"

'해무' 언론시사 후 박유천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예정된 군입대 전 그를 출연시키고 싶어하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박유천이 소속돼 있는 JYJ가 새 앨범을 냈고 해외 콘서트 일정도 잡혀 있어 한 작품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데뷔 후 10년 동안 수많은 부침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이리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박유천.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항상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다음 작품은 시간이 맞아야 할 듯해요. '해무'를 찍기 전에는 '꼭 하고 가야지'라는 생각이 컸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 천천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자신이 좀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JYJ 활동과 콘서트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영화를 해보니 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그러나 드라마도 항상 반응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어떤 장르든 좋은 작품이 인연이 된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박유천.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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