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서 조선족 밀항자 홍매 역 맡아 열연
첫 베드신… 노출은 데뷔 때부터 각오
연기ㆍ무용 병행하고픈 '욕심쟁이'

영화 '해무'의 홍일점 배우 한예리가 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해무 속에서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 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등이 출연하며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권영민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미디어 이정현 기자] 배우 한예리는 묘하다. 흔한 쌍꺼풀도 없고 오뚝한 콧날 대신 귀여운 코를 가졌다.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라 전형적인 미인상이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예리는 아름답다. 한국무용으로 다져진 날씬한 몸매나 치장 때문이 아니라 스크린에 담긴 얼굴이, 눈빛이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다.

신작 '해무'(감독 심성보ㆍ제작 해무)를 들고 돌아온 한예리를 서울 중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맑은 얼굴에 싱글 웃는 미소가 좋다. 지난달 28일 가졌던 언론시사회 이후 터져 나온 평단의 좋은 평가에 스스로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무거운 작품이었고 해내기 힘든 캐릭터였지만 결과의 열매는 달다.

"'해무'는 과감한 선택이었어요. 고생할 것이 뻔히 보였고, 주위에서도 우려와 걱정이 많았지만 잘해낸 것 같아요. 촬영 당시엔 체력을 든든하게 하기 위해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했죠. 막상 현장에서는 아플 새가 없이 촬영했던 기억이네요.(웃음)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번 '해무'는 저에게 특별히 기억이 남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제가 관객의 머릿속에 더 깊이, 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예리가 연기한 홍매는 돈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선에 몸을 실은 조선족 여인이다. 거친 바다 위에서 선원과 밀항자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에게 손을 뻗은 동식과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이어가는 인물. 한예리는 홍매를 놓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속을 잘 보여주지도 않고 때론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기적인 인물이라고도 해요. 하지만 극한 상황에 몰렸던 홍매라면 위험한 사랑도, 도피도 이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동식(박유천)과 벌인 로맨스, 그리고 베드신은 그래서 더 특별했어요. 심 감독님도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며 공을 많이 들이셨죠."

'해무'에서 박유천과 벌인 베드신은 한예리에게도 첫 경험이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았지만 단단히 준비하고 임했다. 죽음을 마주한 상태에서 나누는 사랑이기에 더 특별했다. 사랑의 환희보다는 살아있음을 확인받기 위해,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격한 상황 속에서 기복 있는 감정을 한 번에 잡아주는 장면이어요. 노출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요?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스스로 각오했던 것이었어요. 자신감도 있었고 작품을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었죠. 노출 신에 노출이 없으면 찍을 수가 없잖아요. 감사하게도 심 감독님이 아름답게 표현해 주셨어요. 개인적으로는 제 발목이 어찌나 예쁜지.(웃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섹시했죠. 베드신을 통해 홍매의 매력이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주목 받은 한예리는 이후 '스파이' '남쪽으로 튀어' '동창생' '군도 : 민란의 시대'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충무로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한예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제 조금씩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 영화계의 한 일원으로, 함께 밥을 먹는 식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해무'를 보면서 제 얼굴을 보았어요. 예쁘게 나온 장면도 있었지만 비참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얼굴, 살아야한다는 의지로 일그러진 얼굴도 있더라고요. 전부 다 다른 느낌이었어요. 예쁘게 나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 상황에 처한 홍매라면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그게 가장 큰 칭찬이죠. 저는 좋은 얼굴을 가진 것 같아요."

화려하게 치장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한예리답지 않다. 그 역시 "나의 강점은 친밀함"이라 말했다. 만만한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이다. 스크린에 '연예인 한예리'는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섬마을 어딘가 살고 있을 법한 민주, '해무'에서는 절박한 심정으로 밀항선에 올라탄 홍매가 있다. 그의 강점은 어느 캐릭터건 녹아들 수 있는 것이리라.

"그동안 바쁘게 달려온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받은 덕택에 작품수도 많아졌죠. '해무'를 마친 후에는 쉬고 있어요. 탄력 받았을 때 욕심부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반대로 저 스스로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연기는 쉬지만 몸은 바쁘네요. 곧 대학로 대극장에서 무용 공연을 하거든요. 오랜만에 무용을 하려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요.(웃음) 연기와 무용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욕심이 많아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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