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동료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 전기영화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한 젊음 과시
최근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사진=박흥진
'소울음악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삶을 다룬 영화 '겟 온 업'이 지난 7월1일 개봉됐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영국의 록그룹 롤링스톤즈의 리드싱어 믹 재거(71)와의 인터뷰가 7월21일 미국 뉴욕의 맨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렸다.

반세기가 넘도록 강행 중인 정열적인 공연 탓인지 재거는 호리호리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며 건강해 보였는데 비록 얼굴에 주름살은 있지만 만71세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영화에 묘사된 당신이 21세 때 샌타모니카의 시빅센터 TV 쇼에서 제임스 브라운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사실 이미 그 전에 브라운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서 공연했을 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난 영화에 나온 샌타모니카에서 공연을 하며 만날 날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 난 21세여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제임스 브라운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가.
"그는 위대한 가수였다. 작곡과 노래 해석에도 재주가 뛰어났지만 그가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은 공연자로서 열정이었다. 그는 무대 공연자로서 엄청난 에너지를 지녔는데 나는 그가 자신의100%를 주면서 춤을 추고 청중을 사로잡는 무대 매너에 늘 감탄했었다. 그리고 그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난 여러 면에서 그에게 감탄했었다."

▲제작자로서 브라운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우선 중요한 것은 좋은 각본이었다. 우리의 각본은 훌륭했지만 난 몇 군데를 수정했다. 진행속도를 빨리하고 또 여러 인물들을 한 사람으로 융합시키기 위해서다.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사람들이 비록 결함은 있지만 브라운이라는 인물에게 어떻게 하면 빨려들 수가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연장면의 편집과 브라운의 주변인물 등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당신도 브라운처럼 전설적 인물인데 누군가 당신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당신의 어떤 점을 다루지 않기를 바라는가.
"이 영화는 기록영화가 아니어서 브라운의 삶의 중요한 부분과 흥미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부정적인 면도 다뤘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점을 강조하지 않기를 바란다. "

▲브라운은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아버지로서 당신은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 개입하는가.
"브라운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창가 포주인 아주머니 밑에서 자랐다. 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권할 일은 아니다. 난 브라운과는 약간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것에 감사한다. 받침이 든든한 어린 시절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부모로서는 늘 자기 아이들을 돌보고 또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브라운은 그런 사랑을 못 받았지만 그걸 극복했다. 그는 생존을 위한 진취성을 지닌 사람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움으로써 어두운 과거를 극복했다."

▲제임스 브라운의 영화는 먼저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아폴로' '뷰티풀 마인드')가 10여년간 만들려다가 영화화 판권을 잃고 당신에게 판권이 넘어갔다. 그 과정에 대해서 말해 달라.
"브라이언이 브라운이 살았을 때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변덕이 심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브라운이 죽고 나서도 그의 자식을 비롯한 유가족이 너무 많아서 서로들 다투는 바람에 역시 만들지 못했다. 그런 차에 내 친구이자 사업 동료로 브라운의 열렬한 팬이자 그에 관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지닌 피터 오퍼만이 브라운 유족을 찾아가 믹 재거가 브라운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해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피터는 내게 찾아와 제임스 브라운의 기록영화를 만들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극영화로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난 브라이언이 오랜 전부터 브라운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 잘 알아 그에게 가서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당신은 칠순에도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부지런한 사람인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가.
"나는 이 여름과 오는 가을에도 공연을 한다. 언제 중단할지 나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아직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예술가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자면 먼저 예술가들은 자기가 말하는 것이 확실히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예술가들은 늘 자기가 사는 세상을 반영해왔다. 그것은 그들의 직무이다."

▲당신도 브라운처럼 공연할 때 온몸을 움직이면서 노래 부르는데 브라운에게서 영향이라도 받았는가.
"그가 내게 큰 영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내게 있어 온몸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난 브라운처럼 두 다리를 완전히 벌려 주저앉는 동작은 할 수가 없다. 육체적 움직임은 공연의 한 부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계속할 것이다."

▲당신의 섹스어필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타고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배울 수도 있다. 난 많은 가수들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청중의 분위기를 감 잡아 거기에 부응하는 공연을 하는가를 보고 배웠다. 청중과의 좋은 상호교류가 중요한데 제임스 브라운은 이에 능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있어도 여기서 밝힐 수 없다. 단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 영화를 만든 것이 기쁘고 좋은 경험이었다. 난 현재 마틴 스코시지 감독과 뉴욕에서 HBO-TV시리즈를 찍고 있다."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은 무엇인가.
"10대 땐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를 즐겼다. 난 자신을 지적으로 생각해 이런 영화들을 봤는데 내가 처음 본 외국어 영화 중 하나가 로만 폴란스키의 '물속의 칼'이다. 우린 그 때 학교에 영화클럽이 있어 거기서 그런 영화들을 봤다. 이들 외국어 영화와 함께 그 당시 인기 있던 영국 영화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광적인 팬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 꽤 많은 영화를 봤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깊은 감동을 받은 영화가 무엇인가.
"대중적 영화로는 리들리 스캇의 영화를 좋아한다. 가장 최근 본 영화 중 정말 훌륭하다고 느낀 것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다. 난 보통 이런 종류의 영화를 안 좋아하는데 '설국열차'는 정말로 재미있게 봤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회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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