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미니시리즈 ‘트라이앵글’(극본 최완규·연출 유철용 최정규)에서 허영달 역을 맡은 배우 겸 가수 김재중.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유쾌하다. 그러다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읊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전 매력'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걸까? 배우 겸 가수 김재중이다.

최근 MBC 월화미니시리즈 '트라이앵글'(극본 최완규·연출 유철용 최정규)을 끝낸 김재중은 쾌활했다. 자신이 연기한 허영달을 말할 때는 "양아치가 대표이사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여자 복(福)보다 남자 복이 더 많다며 투정을 부리는 등 영락없는 20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경험했던 만큼 그는 자신이 느낀 무게감만큼이나 성숙해졌다.

극중 김재중은 뿔뿔이 흩어진 세 형제 중 둘째 허영달 역을 맡았다. 앞서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2011)와 '닥터 진'(2012)에 출연했지만 엄연히 주연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형 장동수(이범수), 동생 윤양하(임시완)와의 관계는 물론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나갔다.

"주연은 처음이었습니다.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여태까지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더라고요. 주연배우의 마음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요. 우리나라 드라마가 최적의 환경 속에서 촬영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시간적인 압박이 크니까 어느 순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다 힘든 상황이 와요. 물론 감독님은 극을 이끄는 선장이지만 주연배우도 감독 못지않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야 했죠. 다들 피곤한데 제가 웃고 힘을 내면 다른 분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잖아요."

때문에 김재중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나흘 중에 3시간 밖에 잠을 못자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촬영 현장 분위기만 생각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잠을 못자도 새롭게 신을 찍을 때에는 첫 신을 찍는 느낌으로 촬영을 했다"며 일화를 전했다.

허영달은 강원도 카지노계의 이단아다. 개차반 같은 인생을 산다. 건달들조차 그와 자신들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걸 질색한다. 치욕도 수치심도 없는 양아치다. 김재중은 그런 허영달의 자유로운 모습에 빠졌다. 뭘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영달은 자유로운 캐릭터예요.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수 있는 인물이죠. 갇혀있지 않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본부장이나 대표이사, 양반 등 틀에 맞춰진 캐릭터를 연기하면 예의를 갖춰야만 하는 행동을 하잖아요. 양아치나 백정, 천민 역을 맡으면 기분 나쁠 때는 침을 뱉어도 되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결국 대표이사로 끝이 났네요. (웃음)"

김재중은 양아치 허영달을 연기하기 위해 영화 '사생결단'을 찾아 봤다. 영화를 볼 때는 진짜 양아치의 표본을 발견한 듯 기뻤지만 의외의 난관을 만났다. 바로 '욕'이었다.

"양아치인데 욕을 못하니까 더 힘들었어요. 기분 나쁠 때 욕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제가 왜 기분이 나쁜지를 다 설명해야 했어요. 연기에 참고하려고 '사생결단'을 봤는데 대사의 70%가 욕이더라고요. 말로는 배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리허설 때는 욕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실제로 욕을 넣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했죠. 그러다 촬영에 들어가면 욕을 뺐어요. 한 번은 저도 모르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욕을 했는데 음향 감독님이 '영달아 하지 마' 하더라고요. (웃음)"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그지만 그는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다. 편견을 심어버릴까 걱정이 앞섰다. 오히려 같은 소속사 선배인 최민식 선배의 한 마디가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최민식 선배가 대본 리딩 한번 해보자고 해서 만났어요. 그런데 리딩도 안하고 연기에 관련된 어떤 말도 안하시더라고요. 그냥 같이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 제가 양아치 역을 맡는다고 하니까 '멋있는 양아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양아치도 있어. 네가 생각하는 양아치를 연기해'라고 말씀하더라고요. 그때 깜깜했던 시야가 넓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최민식 선배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대사를 분석하고 엄청나게 생각에 빠졌을 거예요. 그런데 최민식 선배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 덕분일까? 김재중은 '트라이앵글'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연기력에 대해 호평을 받았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밑바닥인생을 살아가던 허영달에서 아버지 복수를 위해 경영인으로, 장동철로 변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지우며 '배우'라는 이름만 남기게 됐다.

"호평, 재발견…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더 잘하라는 뜻인 것 같아요. 다음에 못하면 정말 제대로 혼나겠죠? 주위에서 정말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저는 그냥 수혜자인 것 같아요. 아직도 걸음마 단계예요. 산전수전 다 겪어보고 싶어요. 연기자가 아니라 사람 김재중으로서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최민식 선배가 '나도 내 연기에 만족할 수 없는데 네가 어떻게 잘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드라마를 끝낸 김재중은 최근 그룹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멤버로 돌아왔다. 3년 만에 새 앨범 '저스트 어스'(Just us)를 발매했다. 앨범 선주문이 12만 장에 이르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다. 오는 9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컴백 콘서트를 가진 뒤 월드투어 준비에 들어간다. JYJ 활동과 함께 연기에 대한 끈도 놓지 않을 예정이다.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고 있어요.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에요. 죽을 때 두 가지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연기하다가 쓰러져 죽거나, 무대 위에서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아! 지병만 없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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