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로 변신… 솔로 미니앨범 '미?' 발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준비했어요. 시작인 만큼 모든 대중을 만족시켜드리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저의 색을 찾으려 합니다."(핫펠트·예은)

'텔 미', '노바디', '소 핫' 등 발표하는 곡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며 '국민 걸그룹'이라 불렸던 '원더걸스'의 예은이 솔로 가수 '핫펠트'(HA:TFELT)로 변신해 돌아왔다.

그것도 과거의 모습이 전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를 장착한 채로다. 인터뷰에서 조곤조곤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모습에서 솔로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길을 탄탄히 닦아나가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첫 솔로 미니 앨범 '미?'(Me)를 선보이는 예은은 서울 강남구의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좋은 성적을 목표하기보다 내 음악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앨범 작업 전 과정에 참여해 긴장도, 기대도 많이 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핫펠트'는 예은이 그동안 곡작업시 사용해온 '필명'이다. '진심이 담긴 마음'과 '뜨거운 음악'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겼다. 그는 "원더걸스 멤버라는 선입견 없이 들어달라는 뜻으로 예명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에인트 노바디'(Ain't Nobody)를 포함해 모두 일곱 곡이 수록됐다. 수록곡 가운데 '아이언 걸'은 원더걸스의 혜림이, '본드'는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했다.

전곡의 작사·작곡에 예은이 공동 창작자로 참여했다. 노래를 들어보니 얼터너티브록 장르 타이틀곡부터 원더걸스가 전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새롭다.

최근 걸그룹 출신 솔로 가수들이 선보인 다소 전형적인 섹시 콘셉트와는 거리가 있다. 타이틀곡 무대를 위해 준비한 안무도 뜻밖에 '현대무용'이라고 한다.

커다란 변신을 감행한 만큼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와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다고 고백했다.

"노래들을 듣고 피디님께서 대중성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다른 곡을 타이틀로 하자고도 말씀하셨죠. 그걸 시작으로 안무 콘셉트, 재킷 커버 디자인,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정말 끊없는 전쟁이었어요. 나중에는 화도 많이 내셨죠."

그는 "피디님을 설득하려 난생처음으로 커다란 오선지 노트 열한장에 빼곡히 편지를 썼다. 노래마다 어떤 감정으로 만들었는지 적었다"며 "그 뒤로는 편지에 감동하셔서 '원하는 대로 시원하게 해봐라'면서 지원해주셨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박진영 피디의 뜻에 반하는 앨범'이라는 해석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아끼는 마음에서 조언해주셨기 때문에 굉장히 죄송하다. 하지만 '내 것'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내 숙제는 내가 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방식으로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개된 티저 영상은 그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누드로 화제가 됐다.

그는 "원더걸스 예은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맨얼굴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주변 의견이 있었다. 또 외관이 아닌 '듣는 음악'의 취지를 강조하는 의미로 굳이 뭘 입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처럼) 비오는 날 홀로 발가벗고 비 맞는 건 미친 짓이죠. 사실 제 앨범 자체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미쳐보자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어요.(웃음)"

솔로가수 '핫펠트'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내가 가장 예쁘거나 춤을 잘추거나 끼가 많은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대체 무엇이 강점일까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내 음악만큼은 누구보다 잘 만들고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그의 이와 같은 변화와 도전을 가능케 했을까. 최근 몇해 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소개하던 그는 작년 세상을 떠난 어린 팬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눈물짓기도 했다.

"작년에 팬 한분이 세상을 떠났는데 너무 충격이었어요. 학교 성적도 좋고 성격도 무척 밝은 친구였죠. 멤버들과 병원에도 갔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 친구가 떠난 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성공에 안달 나있나 생각이 들면서 의미있는 일, 감동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 친구를 통해 많이 깨달았어요."

그는 성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분석이 많았던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에 대해서도 "내 음악과 미국 활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국에서의 시간이 없었으면 혼자 앨범을 준비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이라며 "다양성이 가득하고 자유로운 뉴욕이라는 공간이 많은 영감을 줬다. 미국 활동은 내게 감사한, 돌아가고픈 시간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더걸스 멤버 가운데 선예가 결혼하고 소희는 연기자를 목표로 소속사를 옮겼다. 사실상 '원더걸스'의 해체가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룹 활동 재개 가능성을 어떻게 볼까.

그는 "지금은 혜림이는 계속 랩 메이킹을 하고 유빈 언니는 드럼을 배우는 등 각자 음악적 역량을 키우는 시기"라며 "(그룹 활동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른 멤버들과 음악 관련한 이야기는 항상 하고 있다"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원더걸스의 선예는 이미 결혼했고, 전성기를 함께 보낸 다른 걸그룹 멤버의 열애 소식도 이어진다. 결혼이나 연애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 그는 "결혼은 언젠가는 꼭 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음악적 욕심이 너무 많다"라며 웃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에요. 데뷔 당시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갑자기 신데렐라처럼 원더걸스가 돼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단단해지고 다듬어진 것 같아요. 되찾은 열정과 에너지로 더 열심히 할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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