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방인'에서 1인 2역 연기 도전
중국에서 러브콜 쏟아져
나이에 맞는 통통 튀는 역할 하고파

SBS 월화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연출 진혁·극본 박진우 김주)에서 1인 2역 연기를 펼친 배우 진세연.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말을 건넬 때마다 초롱초롱하게 눈빛을 밝힌다. 동그란 두 눈과 치아를 모두 내보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은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미니시리즈 '닥터 이방인'(연출 진혁·극본 박진우 김주)에서 1인 2역 연기로 매력을 드러낸 배우 진세연은 스무 살답게 쾌활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꽤 진중한 역할만 해온 탓일까? 진세연은 또래에 비해 훨씬 성숙한 느낌을 풍겼다.

'닥터 이방인'을 끝낸 소감을 묻자 진세연은 "모든 작품을 끝내고 나면 시원섭섭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섭섭함이, 아쉬움이 유달리 컸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진세연은 '닥터 이방인'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북한에서 자란 송재희가 맑고 티없는 순수한 소녀였다면 남한으로 오게 된 한승희는 도도하고 냉정한 느낌의 커리어우먼이었다.

"1인 2역 캐릭터가 큰 기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1인 2역 연기는 자주 접할 수 없잖아요. 북에서 자란 송재희는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라 밝았어요. 그런데 그 뒤로 계속 나올 한승희는 어두운 느낌이었죠. 요즘 시청자들은 밝은 느낌을 좋아하는데 '나 혼자만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것과 별개로 승희를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특히 훈(이종석)을 대할 때는 벽을 느끼기도 했어요. 내가 훈이 찾고 있는 바로 그 재희가 맞는데 그걸 숨겨야 했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죠."

우려와 다르게 진세연은 나이보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송재희와 한승희를 연기하며 드라마의 꾸준한 인기를 견인했다. 특히 진세연은 '닥터 이방인' 이후 중국 내 인기가 치솟았다.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때마다 수시로 중국을 찾고 있다. 행사나 CF 섭외 등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중국 동영상 사이트 내에서 '닥터 이방인' 클릭 수가 '별에서 온 그대'(SBS)보다 높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처음에 중국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중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그런데 곧바로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을 환영해 줬어요. 기분이요? 한 마디로 최고였죠. 중국 팬들은 한국 팬들보다 적극적이에요. 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가는데 끝까지 저를 쫓아오더라고요."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진세연은 '닥터 이방인'이 방영되기도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KBS 2TV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출연 중 작품을 선택하며 '겹치기 논란'을 빚은 것.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방송 시간으로 따지면 한 달이라는 공백이 있었어요. 그런데 출연 겹치기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죠. 그래도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2010년 SBS '괜찮아, 아빠딸'로 데뷔한 진세연은 2011년 '내 딸 꽃님이'를 시작으로 KBS 2TV '각시탈', SBS '다섯 손가락', '감격시대'에서 주연을 맡았다. '닥터 이방인'을 통해서는 한국을 넘어 중국까지 그 인기를 넓혔다. 진세연은 방송가에 제기하는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저를 계속 주연으로 써주시는 이유를 많이 생각해봤어요. 사실 저도 궁금했거든요. 저의가정환경을 돌이켜보면 어렵게 자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님한테 사랑 받으면서 자라왔어요. 그런 찌들지 않는 순수한 모습들이 감독님들에게 많이 어필된 것 같아요. (웃음)"

그 때문일까? 진세연은 나이에 비해 항상 '신념이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각시탈'에서는 독립군대장 딸로 일본군에 맞서는 강단 있는 목단으로, '다섯 손가락'에서는 가난해도 주눅들지 않는 오뚝이 정신의 세연으로, '감격시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도 불사한 옥련 등 꿋꿋한 정신이 돋보이는 역할들을 도맡아왔다.

"주로 무거운 느낌의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제 나이 또래에 맞는 통통 튀는 역할도 하고 싶고 백치미 넘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목소리 톤이 낮아서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런 역할은 제가 지금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이잖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꼭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요? 요새 잘 나가시는 김수현 선배님이랑도 하고 싶고, 군대에 계시지만 송중기 선배님이라도 하고 싶어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웃음)"

매 작품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내며 발전하고 있는 스무 살 여배우의 꿈은 뭘까? 인기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고 그것들을 잘 소화해내며 믿음이 가는 배우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저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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