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제를 위하여'에서 욕망의 화신으로 분해
격정 베드신, 부담 있었지만 냉정하게
차기작에선 밝은 모습 예고

배우 이민기가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황제를 위하여' 개봉을 앞두고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가졌다.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 최대의 사채 조직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민기 박성웅 이태임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유약하게만 보이던 이민기가 변했다. 전작 '몬스터'에서 냉혈한 같은 킬러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어두운 뒷골목 욕망의 화신이 됐다. 돈과 권력에 눈 멀어 '황제'가 되기 위해 끝없이 달리는 이민기의 눈빛에서 이전의 부드러움은 찾을 수 없다.

12일 개봉한 영화 '황제를 위하여'(감독 박상준, 제작 오퍼스픽처스)에서 이민기는 한때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지만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환으로 분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부산 최대 규모의 사채조직 황제 캐피탈의 정상하(박성웅)을 만나 새로운 욕망에 눈뜨는 인물이다.

"욕망은 실체가 없잖아요. 덧없는 것이죠. '황제를 위하여' 속 이환 캐릭터를 통해 욕망의 아이콘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쩌면 이번 작품은 아주 전형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야구 외에 아무것도 모르던 친구가 불법 도박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암흑세계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되는 인물이 이환이거든요. 다 가질 수 없는 행복을 위해 욕망의 화신이 되죠. 직설적인 감정이라 생각했기에 군더더기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욕망'에만 집중했다. 권력, 돈, 멋진 자동차, 술, 여자, 폭력… 이환은 모든 종류의 것들을 갈구한다. 그렇게 정상에 섰지만 마치 꽃이 지듯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모습이 그를 통해 표현됐다. 욕망의 대상이 된 연수(이태임)와의 파격 베드신은 그래서 필요했다. 이민기는 "일반적인 멜로영화였다면 이렇게 강한 장면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랑보다는 욕망의 정사가 담겨있는 신"이라 설명했다.

"어쩌면 폭력에 가까운 베드신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감정보다는 욕망이 강했죠. 예쁜 사랑이 아닌 투박한 감정을 내세워야 하니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이환에게 연수와의 정사는 어떤 분출구의 하나였거든요. 감정이 격하다보니 상대 여배우(이태임)이 혹시 상처받으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들었죠. 둘 다 이쪽에는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더 조심스러웠죠."

이민기는 혹시나 부담스러워할까 철저하게 일적으로 베드신에 접근했다. NG가 반복된다면 체력이 금방 방전될 정도로 격렬했기에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으려 이태임에게 쓸데없는 농담도 많이 던졌단다. 덕분에 민감한 베드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됐다.

"땀 분장을 했는데, 물을 뿌리다 보니 (이)태임이가 추워하더라고요. 저로선 난감한 면이 있었죠.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노출이요? 당연히 부담스럽죠. 하지만 다행히 '몬스터' 때 운동을 좀 해놓은 터라 다행이었죠. 태닝을 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투리 연기를 펼쳤지만, 부산 출신인 만큼 무리는 없었다. 천만관객을 기록하고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와 비슷해 예전 생각도 많이 났단다.

"'황제를 위하여'는 누아르 영화예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잘 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죠. 정통성은 좋지만 올드하다는 느낌은 피해야 했죠. 이환이 파머머리를 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신선한 매력을 주기 위해서였답니다. 영화 속 첫 장면이 마치 홍콩의 불야성을 보는 듯 화려한 것도 같은 이유죠. 일단은 멋지지 않았나요?"(웃음)

'몬스터' '황제를 위하여'로 이어지며 강렬한 모습을 전한 이민기는 여진구와 함께 출연하는 차기작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에서는 조금은 날카로움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인다. 정신병원에 갇힌 후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승민으로 분한 그는 캐릭터를 위해 머리도 살짝 비대칭으로 잘랐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이라고 말했더니 "이런 스타일이 유행하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는 눈빛이 좀 부드러워지지 않았나요?(웃음) '내 심장을 쏴라'는 30% 정도 촬영이 진행됐어요. 오랜만에 밝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황제를 위하여'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달려간다면 이번에는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죠. 함께 호흡하고 있는 여진구와의 '케미'가 좋아 현장에 가는 게 즐거워요. 목소리만 좋은 줄 알았는데 어른스러운 면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모습으로 또 인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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