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이닷컴 박인영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윤지기자] "요즘 관심사는 건강"이라고 답한 뒤 "여배우치고 좀 별로인가요?"고 은근슬쩍 묻는다. 소심한 듯 귀여운 반응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무져 보이는 첫인상은 머리 속에서 이미 지워졌다. 깐깐한 국어교사와 철 없는 언니, 그 중간에 배우 진경이 있었다.

그는 늦깎이 연극배우였다. 29세에 대학로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극이 마냥 좋아 시작했지만, 불확실한 시간들이었다. 무엇이든 홀로 헤쳐나가야 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적었다. 경제적 보상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스스로 제자리 걸음이란 생각에 고통스러웠다.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다.

처음으로 고정 배역을 맡은 SBS 아침 드라마 '장미의 전쟁'(2011)이 계기였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ㆍ2012)의 민지영 역을 맡았다. 안경을 고쳐 쓰며, 할 말 다하는 중학교 국어 교사 민지영의 코믹함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두 번째 반전은 영화 '감시자들'(2013)로 찾아왔다. '감시자들'에서 그는 지적인 인물 이 실장으로 분했다. 그의 일조로 영화는 55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제 5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송구스럽다"고 침착하게 수상소감을 말한 그였지만 실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지난했던 날들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최근에는 KBS 2TV 주말극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ㆍ연출 김진원)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주인공 해원(김희선)의 언니 차해주 역을 맡았다. 과거 부귀영화를 잊지 못하는 해주는 동생 속만 썩이는 철부지. 외양에선 허세가 넘치지만 여린 속내를 지닌 인물이다. 요즘엔 동탁(류승수)와 티격태격 로맨스를 보여주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넝굴당'의 민지영과 '감시자들'의 이 실장을 전부 지워낸 새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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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사랑스러운 역을 해보겠어요. 예전에는 오히려 제 나이보다 많은 역을 연기했어요. 해주가 실제 제 나이보다 어린 편이에요. 게다가 귀여운 멜로도 있잖아요. 촬영장 분위기도 굉장히 좋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차해주의 '예쁜 척'이 힘들었단다. 실제 그는 평소 가방이나 옷에 관심이 없다. 외모에만 신경쓰는 해주가 어색하기만 했단다. 밉상이던 해주의 순수한 면모가 차츰 드러나며 진경은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갔다. 캐릭터가 성장하며 그의 연기도 편안해졌다. 상대역 류승수는 그의 버팀목이었다. 그는 류승수에 대해 "함께 하면 할수록 정말 좋은 배우"라며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무엇이 있다. 류승수를 보고만 있어도 동탁이란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해주와 동탁이는 결혼하지 않을까요?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속을 썩일지도 모르죠. 동탁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다면, 그런 남자는 사양할 것 같아요. (웃음)"

그는 현재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ㆍ연출 김규태)도 촬영 중이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은밀한 유혹'은 촬영을 마친 상태다. '넝굴당' 이후 많은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비슷한 캐릭터였다. 폭 넓은 연기에 갈증만 절실해졌다. 그는 "언젠가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넝굴당'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감시자들' 이후 서서히 원하는 역할들이 들어오더라"라고 담담히 말했다. 일면식 없는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준 '감시자들'의 제작사 영화사집의 이유진 대표 덕분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또 다른 성장의 증거였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았어요. 노희경 작가님이랑 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스러운데 말이죠.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요. '넝굴당' 이후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어요. 그 틀에 갇힐까 봐요. 다행히 저의 다양한 가능성을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 좋아요. 개봉을 앞둔 여러 편의 영화에서 모두 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배우로서 복 받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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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한 인간을 보여줄 수 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예를 든 것이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의 이인임(박영규)였다. "재미있고 스토리도 탄탄하고 연출도 좋더라"며 '정도전'의 애청자임을 밝힌 그는 "특히 이인임을 보면서 장인정신이 느꼈다"고 말했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그다. 배우 진경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지만, 사람 진경은 낯선 인물이다. 실제 성격이 어떻느냐고 물으니 "일할 때만 완벽주의자이지, 평소엔 허술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배역에서 빠져나오면 내성적인 원래 성격으로 돌아온다. 낯도 가리고 말주변도 뛰어나지 않아 예능프로그램에는 욕심이 나지 않는다고. 강한 성격으로 오해 받지만 "'알고 보면 허당'이란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상을 받고 막상 전 얼떨떨했어요. 소속사 대표님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같이 연극했던 동료 배우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어요. 연락 끊겼던 친구들도 연락이 왔고요. 그래서 굉장히 좋았어요. 배우로서 딱 좋은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전성기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진경. 스스로 계산할 줄 몰라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순수함이 지금의 그를 만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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