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윤지기자]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한다. 어느 날부터 드라마 속 극단적인 상황을 '막장'이라 칭하게 되면서, 밑바닥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개연성이 결여되고 무리한 설정이 난무하는 드라마를 통상 '막장 드라마'(줄여서 막드)라 부른다. 자극적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는 있다. 맛있지만 유해한 불량식품처럼 말이다.

완성도 낮은 드라마가 쏟아지는 데 대해 일부 제작진은 "'막드'도 장르"라고 말한다. 장서희는 지난 달 29일 열린 '뻐꾸기 둥지' 제작발표회에서 "'막장'이란 소재가 요즘은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 이왕이면 '막장'보다는 극성이 강한 드라마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 "모든 드라마가 천편일률적으로 '막드'라면 다양성의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크게 지탄 받을 일은 아니지 않나. 무조건 깎아 내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청률 지상주의의 폐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임성한과 김순옥은 사랑과 논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 작가들이다.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 공주'를 비롯,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왕꽃 선녀님' '신기생뎐' 등 파격적인 소재로 끊임없이 화제를 모으고,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등으로 복수극의 대명사가 됐다. 황당한 전개와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대부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사가 이들을 꾸준히 찾는 이유다.

구조적인 원인도 간과할 수 없다. 수십억의 제작비가 책정된 미니시리즈에 비해 일일극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주어진다. 그 가운데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 경쟁자들도 늘어났다. "제작진도 웰메이드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있다. 비교적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한 단막극에 애정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 이미 검증되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에 눈길이 가게 된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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